[책마을] '4500년 전 이집트 빵'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

입력 2026-08-07 17:26
수정 2026-08-08 00:26
4500년 전 이집트인들은 어떤 빵을 먹었을까. 답을 알려주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대신 연구자들은 출토된 고대 토기에서 효모를 채취해 직접 빵을 구웠다. 고대 품종의 밀가루를 반죽하자 효모는 살아 움직였고, 갓 구운 빵에서는 은은한 흑설탕 향이 났다. 현대 효모가 섞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 실험은 고대인의 식생활을 상상으로 복원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실제 재료와 기술로 당시의 생활상을 검증하려는 시도였다.

번역 출간된 신간 <실험하는 고고학자>는 이처럼 몸으로 과거를 되살리는 사람들을 찾아간 현장 탐사기다. 원제는 ‘투탕카멘과 저녁을 먹는다면’. 잃어버린 문명의 모습뿐 아니라 소리와 냄새, 맛과 촉감까지 복원하려는 ‘실험고고학’의 세계를 안내한다.<br />
고고학은 흔히 땅을 파서 유물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학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유물은 많은 것을 보여주면서도 결정적인 질문에는 침묵한다. 돌칼은 실제로 얼마나 잘 들었을까. 원시적인 활로 어디까지 화살을 날릴 수 있었을까. 특정한 모양의 토기에서는 어떻게 빵을 구웠을까. 실험고고학자들은 당시의 재료와 제작법을 되도록 충실하게 재현한 뒤 직접 사용해보며 이런 질문에 답한다. 고대 이집트의 원뿔형 빵틀을 재현한 연구가 토기의 형태와 밀가루의 성질, 조리 순서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밝혀낸 것이 한 사례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면면은 별나다. 흑요석을 깨뜨려 칼날을 만들고, 석기만으로 자연사한 코끼리의 가죽과 살을 벗긴다. 중세의 제조법에 따라 화약과 대포를 복원하고, 고대 로마 여성의 복잡한 머리 모양을 되살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동굴에서는 20만 년 전 인류가 만들었을 법한 재와 식물 잎 침대를 재현해 직접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향기로운 나뭇잎은 모기를 쫓았고, 재는 벌레가 기어드는 것을 막았다. 겉보기에는 엉뚱한 체험 같지만, 유물과 흔적만으로 세운 가설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연구다.

과학 저술가 샘 킨은 관찰자로 머물지 않는다. 직접 뗀석기를 만들고 투창기를 던지며, 물고기 미라를 제작하고 고대 방식으로 문신까지 새긴다. 피와 오줌, 동물성 지방이 뒤섞인 현장을 유머러스하게 전하는 그의 글은 고고학을 현재진행형의 과학으로 바꿔놓는다.

각 장 사이에는 실험 결과와 고고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쓴 짧은 픽션도 들어 있다. 안데스산맥의 여성 사냥꾼과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 중국 궁정의 환관 같은 인물이 등장해 한 시대의 일상을 보여준다. 감각이 풍부한 역사와 생동감 있는 서사를 결합하면서, 실험고고학이 과거를 이해하는 데 왜 필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인공지능이 고대 문자를 해독하고, 유전자 분석과 3차원 스캐닝이 과거의 흔적을 더욱 정밀하게 읽어내는 시대다. 그럴수록 이 책이 보여주는 손과 몸의 연구는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