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오랫동안 왕좌를 지켜왔던 맥도날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맥도날드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사이 대표 메뉴 ‘와퍼’를 리뉴얼한 버거킹은 가파른 매출 증가세를 보이며 격차를 좁히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버거킹의 모기업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RBI)은 지난 분기 버거킹 미국 매장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외 매장의 매출도 5.4% 늘어나 전반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맥도날드의 지난 분기 미국 매장 매출 증가율은 0.8%에 그쳤다. 매출 역시 71억달러로 전망치인 71억3000만달러를 하회했다.
양사의 희비를 가른 요인으로는 메뉴 개선과 매장 운영 전략의 차이가 꼽혔다. 버거킹은 브랜드 쇄신을 위한 ‘턴어라운드’ 전략의 일환으로 와퍼의 번을 고급화하고 마요네즈의 맛을 개선했으며 종이 포장 대신 상자 용기를 도입했다. 여기에 매장 리모델링과 마케팅을 강화하며 고객 유입을 늘렸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에지의 마이클 건터 연구원은 버거킹의 성장세가 특정 연령이나 소득층에 국한되지 않고 방문객 수와 평균 결제 금액, 시장점유율 등 전반적인 지표에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반면 맥도날드는 신제품 및 할인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버거킹에 대응해 신제품 '빅 아치'를 선보였으나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3달러 이하 메뉴' 등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도입했으나 가맹점별 자율 가격제로 인해 전체 매장의 60~65%만 참여하는 데 그쳤다. 과도한 프로모션으로 조리 시간이 지연되면서 고객 이탈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적 부진에 따라 맥도날드는 미국 사업부 수장을 교체하는 등 인적 쇄신에 나섰다. 6년간 미국 사업을 이끌어온 조 얼링거 사장의 후임으로 26년 경력의 스카이 앤더슨을 선임했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CEO는 "전략의 문제라기보다 실행력의 문제였다"며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다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아직 미국 내 모든 버거킹 매장의 리모델링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버거킹의 추가 성장 여력이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 내 주도권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