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이 대세라더니…오히려 '이 패키지'에 돈 몰린다 [신용현의 트래블랩]

입력 2026-08-08 21:00

1인당 600만원짜리 여행이 팔린다. 완판에 이어 앵콜 상품까지 인기다. 자유여행(FIT)이 대세가 됐지만 손흥민, 메시가 뛰는 경기를 관람하는 스포트 특화 패키지는 유사 상품보다 200~300만원 비싼 가격에도 수요가 몰린다. 개별 여행이 확대되는 가운데 자유여행으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파는 패키지는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여행 방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행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여행 일정 추천 서비스도 확산하면서 개별 여행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온라인여행사(OTA)를 통한 현지 이동과 입장권 구매까지 간편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흐름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FIT 이용객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148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분기에도 FIT 이용객은 11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2분기 해외 기획상품(패키지) 이용객은 44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45만6000명) 대비 감소했다.

놀유니버스도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FIT 비중이 전체 여행 시장의 65%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전통 여행사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FIT 상품을 확대하고, 프리미엄·테마 여행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는 곳이 있다. 전통여행사가 주목한 OTA다. 전통여행사가 패키지 의존도를 낮추는 사이 놀유니버스, 여기어때 등 OTA는 오히려 패키지 시장에 진출하며 모객에 나섰다.

두 회사의 판단은 같다. 획일적인 저가 패키지는 힘을 잃고 있지만, 자유여행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프리미엄, 특수목적여행(SIT)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놀유니버스는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노팁, 노옵션 중고가 프리미엄 상품 비중이 50%가 넘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패키지의 의미가 정해진 일정을 따라가는 여행에서 전문성과 희소성을 제공하는 경험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두 회사의 접근 방식은 다르다. 여기어때는 지난해 종합여행사 온라인투어를 인수해 국내 패키지 경쟁력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일본 하이엔드 숙박 플랫폼 리럭스(Relux)를 품었다. 국내 패키지와 해외 프리미엄 숙박을 동시에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일본 프리미엄 여행 수요를 겨냥하는 동시에 향후 인바운드 확장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놀유니버스는 취향 기반 특수목적여행(SIT) 브랜드 '홀릭'(Holic)을 앞세웠다. 스포츠와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 등 자유여행으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콘텐츠를 상품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행 일정 자체보다 특정 관심사와 경험을 중심으로 상품을 기획하는 전략이다.

다만 시장의 평가는 아직 엇갈린다. 양사 모두 기존 상품과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여기어때투어는 지난해 7월 출범 직후 업계 안팎에서 기존 온라인투어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놀유니버스 역시 차별화 전략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기자간담회에서 '전통 여행사들과 다른 놀유니버스만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에 한정협 놀유니버스 패키지사업본부장은 전문가와 직접 협업해 상품을 기획하는 방식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스포츠 선수나 특정 분야 전문가를 상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시켜 현지 파트너사를 거치는 기존 방식과는 접근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는 놀유니버스가 먼저 숫자로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놀유니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포츠 특화 상품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770% 증가했고, 평균 구매 전환율도 일반 여행 상품보다 높았다. 대표 상품으로는 손흥민·메시의 미국 프로축구(MLS) 경기 관전 패키지가 꼽힌다. 해당 상품은 1인당 평균 600만원으로 유사한 미국 서부 일주 패키지보다 250만원 이상 비쌌지만 완판됐다. 반면 여기어때는 온라인투어와 리럭스를 축으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단계다. 프리미엄 숙박과 패키지를 결합한 전략이 실제 판매 성과로 이어질지는 시장에서 검증받아야 할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FIT 확대 흐름이 계속되더라도, 그 빈자리는 저가 단체여행이 아니라 자유여행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프리미엄 경험 상품이 채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프리미엄·SIT 상품이 아직 20~30명 규모의 소규모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반복 판매와 대중화가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각자의 여행 취향에 맞게 떠나는 상품이 확대되면서 여행객의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면서도 "오랜 기간 대규모로 운영할 수 있는 패키지와 비교했을 땐 모객량이 적다는 점은 한계"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