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우주항공기업인 보잉이 노스롭그루먼과 함께 사람이 탄 해상초계기가 무인 정찰기에 임무를 내리고, 무인기가 스스로 비행해 임무를 수행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서로 다른 항공기가 같은 ‘통신 언어’를 사용하도록 해 향후 여러 종류의 유·무인기를 하나의 작전망으로 묶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보잉과 노스롭그루먼은 5일(현지시간) P-8A 포세이돈 유인 해상초계기와 MQ-4C 트라이톤 무인기 간 유·무인복합체계(MUM-T) 협업 시뮬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7일 밝혔다. 두 회사가 공동 투자한 이번 시연에서는 P-8A와 MQ-4C가 정보를 주고받으며 임무 지시부터 수행, 결과 보고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시험했다.
보잉은 여객기뿐 아니라 군용기와 우주사업까지 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우주 기업이다. 이번 시험에 사용된 P-8A를 비롯해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무인기 등 다양한 군용기를 생산한다. 노스롭그루먼은 군용기와 무인기, 레이더·통신체계, 우주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미국의 대형 방산기업이다. 이번 시험에서는 보잉이 P-8A, 노스롭그루먼이 MQ-4C를 각각 맡았다.
이번 기술을 쉽게 풀면 P-8A에 탄 사람이 “저 해역으로 가서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하면 MQ-4C가 스스로 경로를 짜서 이동하고, 정보를 수집한 뒤 결과를 P-8A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실제 시뮬레이션에서도 P-8A 운용자가 MQ-4C에 특정 지역으로 이동하라는 임무를 전달했다. MQ-4C는 지시를 받은 뒤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를 스스로 계획해 이동했다. 이어 센서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기체 안에서 이를 처리한 뒤 결과를 P-8A로 다시 보냈다.
기존에는 서로 다른 종류의 항공기를 연결하려면 기종에 맞는 별도의 통신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잉과 노스롭그루먼은 이번 시험에서 오픈 미션 시스템(OMS)과 범용 지휘통제 인터페이스(UCI)라는 공통 규격을 적용했다.
복잡해 보이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서로 다른 회사가 만든 항공기라도 같은 규격을 쓰면 서로 명령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공통 언어’를 만든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달라도 같은 와이파이 규격을 사용하면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양사는 실제 작전 환경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P-8A와 MQ-4C 사이의 데이터 전송 과정에 위성 중계도 포함했다. 특정 두 기체만 연결하는 전용 장치를 만드는 대신 공통 규격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도록 한 것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확장성이다. 같은 UCI 규격을 사용하는 항공기라면 미군뿐 아니라 동맹국 전력도 연결할 수 있다. 새로운 항공기나 무인기를 추가할 때마다 처음부터 별도의 연결체계를 개발할 필요가 줄어 통합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양사의 설명이다.
여러 무인기를 한꺼번에 운용하는 방식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사람이 탄 항공기가 전체 상황을 판단하고 임무를 나눠주면 무인기들이 넓은 지역에 흩어져 감시·정찰을 맡는 식이다. 조종사가 직접 모든 지역을 돌아다니지 않고 여러 무인기를 활용해 감시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셈이다.
특히 P-8A와 MQ-4C는 역할이 서로 보완적이다. P-8A는 바다 위를 비행하면서 잠수함과 함정을 찾고 추적하는 것은 물론 정보·감시·정찰과 탐색·구조 임무까지 수행하는 해상초계기다. MQ-4C는 높은 고도에서 장시간 비행하며 넓은 해역을 감시하는 무인 정찰기다. P-8A가 판단과 지휘를 맡고 MQ-4C가 넓은 해역의 감시를 분담하면 유인기의 활동 범위를 사실상 넓힐 수 있다.
토리 피터슨 보잉 P-8 프로그램 부사장은 “이번 포세이돈-트라이톤 협업 시연은 미국과 동맹국에 실질적인 작전 역량과 상호운용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현재와 미래의 P-8A 운용자들이 임무 범위와 효율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인 비숍 노스롭그루먼 부사장 겸 글로벌 감시 부문 총괄은 “MQ-4C 트라이톤과 P-8A 포세이돈은 미 해군 해상 초계·정찰 전력의 핵심 축”이라며 “두 기체의 장점을 결합해 변화하는 해상 위협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