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브랜드와 기술기업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현지 지식재산권(IP) 관리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결정짓는 핵심 경영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글로벌 시장으로 영토를 넓히는 중소·중견기업이 대폭 늘어났지만, 상당수는 현지 경쟁사의 특허 장벽이나 견제를 마주했을 때 막연한 두려움으로 사업을 주저하거나 소극적인 합의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해외 IP 환경은 무조건적인 회피의 대상이 아니다. 철저한 현지 분석과 정교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뒷받침된다면, IP는 비즈니스 주도권을 다지는 강력한 경영 자산이 된다.
수출 기업이 현지 특허 장벽에 위축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지 경쟁기업이 선점한 특허를 근거로 발송하는 경고장이나, 현지 사법 제도에 대한 정보 불균형 때문이다. 하지만 특허권의 영향력은 단순한 출원 순서나 기업의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본질은 상대방 특허의 '청구범위(Claims)'가 자사 제품의 기술 구조를 객관적으로 겨누고 있는지, 그리고 자사가 확보한 독창적 IP 포트폴리오가 시장 내에서 정당한 권리를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심층 분석에 있다. 객관적 분석 없는 후퇴는 기업의 비즈니스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착한 국내 한 수출 기업의 사례는 이러한 전략적 IP 경영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이 기업은 북미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해 점유율을 의미 있게 넓히는 과정에서 현지 경쟁사의 강력한 IP 견제에 직면했다. 하지만 주저하는 대신 한·미 IP 전문가와의 공조를 통해 현지 경쟁사의 특허 청구범위를 정밀 분석하고 자사의 독자적 기술 권리를 논리적으로 입증했다. 그 결과 현지 시장에서 기술의 정당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경영상 불확실성을 기술적·법리적 우위로 정면 돌파해 '타협 없는 혁신 기업'이라는 브랜드 신호를 해외 시장에 각인시킨 대표적 사례다.
글로벌 영토 확장을 꿈꾸는 K-기업이 현지 특허 장벽을 극복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실행 전략이 요구된다.
첫째, 진출 초기부터 현지 주요 경쟁사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면밀히 분석해 비즈니스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가려내야 한다. 둘째, 단발성 특허 출원에 그치지 않고 기술의 확장성을 고려한 기업의 입체적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해야 한다. 탄탄한 포트폴리오는 향후 글로벌 기업과의 협상에서 크로스 라이선스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끌어내는 유용한 지렛대가 된다. 셋째, 국내 IP 전문가와 현지 특허 전문가 간의 유기적인 공조 시스템을 구축해 사업 초기부터 현지 법제에 최적화된 맞춤형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해외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특허 장벽은 막연한 두려움으로는 넘을 수 없다. 객관적으로 입증된 기술력과 전략적인 특허 포트폴리오가 결합할 때, 대한민국 수출 기업들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 : 이상현 특허법인 충무 에디아 공동 대표 변리사 / CCDIP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