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성과급 공식' 흔들리나…'영업익 N%' 입법 전쟁 [김대영의 노무스쿨]

입력 2026-08-08 18:00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구조에 반대한다. 최소한 이사회나 주주총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를 통해 '영업이익 N% 성과급'과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김 장관은 "주주와 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성과급 배분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할 때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상법·자본시장법을 고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논의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노사 교섭 테이블 위에서 출발한 '영업이익 N% 룰'이 입법 전선으로 확전된 셈이다. '영업익 N%' 룰, 입법 논쟁으로 확전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영업이익 중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미리 정하는 방식을 교섭·쟁의 대상으로 볼지,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통제 아래 둘지를 놓고 벌어진 정부·노동계·주주단체 간 의견 충돌이 입법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국민과주주 창당준비위원회는 지난 5일 '노동쟁의 대상 판단기준 행정입법안에 관한 사전 의견서'를 공개했다. 정부가 관련 기준을 마련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단순 행정지침이 아니라 법원·노동위원회를 구속할 수 있는 법규명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령·부령·고시·행정지침 중 어떤 형식인지 먼저 공개하고 입법예고·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칠 것도 요구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영업이익·당기순이익·경제적 부가가치(EVA) 같은 회계상 이익지표의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삼는 성과급의 경우 생산목표 달성률이나 개인평가에 연동된 일반 성과급과 다르다고 봤다. 대법원이 지난 1월 사업부별 EVA를 기준으로 지급한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임금성을 부정한 판결을 근거로 '영업이익 N%'는 근로조건이 아니라 '이익 처분'에 해당하는 영역이란 논리다. 그러면서 국회를 향해 노동조합법을 개정해 기업 이익의 처분·배분 비율을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도 경계선을 긋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등을 노사 간 대화 의제로 거론하자 "저도 노동법을 공부한 사람이긴 한데 (쟁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필요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판단하고 대통령령이나 시행규칙으로 범위를 정리할 것을 주문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호남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사업상 결정 그 자체는 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기업 투자 결정·성과급 등을 둘러싼 교섭·쟁의 범위를 구체화한 지침을 내놓을 예정이다.

양대 노총은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쟁의 범위를 새로 제한하는 작업 대신 개정 노동조합법의 취지에 따라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시행규칙·행정지침으로 범위를 제한하면 국회가 확대한 권리를 사실상 축소할 수 있다는 이유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오랜 투쟁 끝에 만든 법을 정부 행정지침으로 다시 축소·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영업이익 N% 룰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어떻게 나눌지 노사가 협상할 사안이란 입장이다. 법적 경계 '불투명'…쟁점은 '배분 결정권'법적으론 명확한 답이 없는 상태다. 노동실무 연구모임 흥미로운연구소는 '영업이익 N%' 요구가 회사 입장에서 반드시 응해야 하는 의무적 교섭 대상인지, 응할 수는 있지만 거부해도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는 임의적 교섭 대상인지, 강행법규에 반하는 위법한 의제인지를 차례로 따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이미 지급된 성과급의 임금성을 판단했을 뿐 지급 이전 배분 기준이 교섭 대상인지 여부엔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노조가 고액 성과급보다 산정 기준의 투명성·공정성, 하청·비정규직을 포괄하는 성과 공유를 앞세워 사회적 지지를 얻으면 향후 이를 뒷받침할 법리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음도 울린다.

법적 경계가 불분명한 채로 서로 다른 목소리만 높아지는 상황에서 산업계와 정치권 내 공방도 이어졌다. 김 장관은 지난 6월22일에도 "개인적으로 성과급이 쟁의대상이 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투자자 보상을 반영할 제도 보완을 주문했다. 반면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이보다 앞선 같은 달 16일 삼성전자 노사 합의와 관련해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엔 어느 한쪽 주장을 부정하거나 맹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꼬집엇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술 더 떠 같은 달 10일 "성과급도 노사 협상 대상"이라며 초과이익의 사회적 환원을 노사정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은 영업이익 분배가 노동자와 논의할 사안이라고 규정하면서 주주총회 결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논쟁의 전선이 확장되는 사이 산업 현장에선 '영업이익 N%' 요구가 확산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들 사례가 개정 노동조합법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고 진화했다.

해외에선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배분하는 사례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최소 1% 이상'이란 하한만 두고 사외이사위원회에서 구체적 규모를 정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회사·개인 성과와 장기 주식보상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결국 쟁점은 성과급 액수보다 결정 권한이 노사·이사회·주주총회 중 어느 단위에 주어져야 하는지를 따지는 문제로 모아진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