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주활동 강화해 증시 부양 vs 행동주의 펀드 '스텔스 공격' 가능

입력 2026-08-06 18:38
수정 2026-08-07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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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코드 활동을 ‘경영 참여’가 아니라 ‘일반 투자’로 분류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경제계에서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는 최근 자산운용업계 간담회를 거쳐 이른바 5%룰로 불리는 대량보유보고 공시 기준을 수정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에 들어갔다. 박홍배·이강일 의원 등이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자본시장법상 기관은 특정 기업 지분율이 5% 이상이면 경영 참여, 일반 투자, 단순 투자 중 한 가지 목적을 공시해야 한다. 현재는 이사·감사 선임·해임, 정관 변경 등 대부분 스튜어드십코드 활동이 경영 참여로 공시된다. 일반 투자는 배당 확대 요구 등 일부에 그친다. 개정안엔 모든 스튜어드십코드 활동을 일반 투자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 기관투자가가 연합해 스튜어드십코드 활동을 할 때 현재는 이들의 합산 지분율이 5%를 넘으면 보유 목적을 공시해야 한다. 특위는 기관들이 연합해도 각 기관 지분율이 5% 미만이면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 조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스튜어드십코드 행위를 법으로 일일이 정의하기 까다롭고 경영권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K자본시장특위,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이사·감사 선임도 '일반투자', 공동보유 제도 적용 예외 검토더불어민주당이 ‘5% 룰’(대량 보유 보고 공시) 개정에 착수한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목적이다. 그동안 일부 기관투자가는 대주주가 일부러 주가를 억눌러 소액주주가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구상대로면 기관투자가는 감사 해임 등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을 해도 ‘경영 참여’가 아니라 ‘일반 투자’로 공시할 수 있어 기업들은 해당 내용을 빠르게 알기 힘들어진다. 경제계에선 “애초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마련된 5% 룰 제도가 역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장려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스튜어드십 코드는 일반 투자6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소속 박홍배 의원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영 참여의 정의를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에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변경한다.

이에 따라 독립이사·감사·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 해임을 포함해 대통령령이 정할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은 경영 참여가 아니라 일반 투자로 공시하게 된다. 5% 룰이란 상장사 지분율이 5% 이상인 기관투자가가 보유 목적을 공시하는 것으로 ‘경영 참여’ ‘일반 투자’ ‘단순 투자’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는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을 할 경우 대부분 경영 참여로 공시해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경영 참여로 공시하는 순간 적대적 M&A 시도로 비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단순 투자로 공시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을 안 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특위 소속 이강일 의원은 5% 룰에서 대통령령이 정할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은 공동 보유 제도를 적용하지 않도록 법을 손질할 예정이다. 공동 보유는 기관들이 연합해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을 할 때 합산 지분이 5%를 넘으면 합쳐 공시하는 제도다. 한 독립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동 보유 제도엔 합산된 지분이 1% 이상 바뀌면 바로 변동 공시를 강제한 규정도 있다”며 “법을 준수하려면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매수·매도 내역을 펀드 간에 주고받아야 해 개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 “공격 주체도 모르고 당할 수 있어”법제화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등을 정의한 1·2·3차 상법 개정으로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5% 룰까지 강화되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공시 의무가 없는 지분율 5% 미만 펀드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명분 삼아 ‘깜깜이 연합체’를 꾸릴 수 있다”고 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지금은 5% 룰 완화 여부가 아니라 오히려 공시 기준을 3%로 내릴지 말지를 논의할 때”라며 “지분을 쪼갠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진에게 적대적인 이사만 선임하려 든다면 누가 공격 주체인지도 모르고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령으로 미뤄둔 스튜어드십 코드의 법적 정의도 숙제다. 2016년 국내에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애초에 가이드라인 성격의 민간 자율·연성 규범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최대 이익을 도모하라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마다 생각하는 구체적 활동은 다를 수 있다”며 “법률에는 일부 근거 조항만 담고 나머지는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으로 해결해야 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경영 참여의 범위 축소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은 인정된다”며 “다만 기관들이 뭉친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은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협약이 아닐 것을 요구하는 등 보완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