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과잉진료 반성문 쓴 의사들

입력 2026-08-06 17:50
수정 2026-08-07 00:11
“학회 차원에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대한정맥학회는 지난 3일 이 같은 입장문을 냈다. 하지정맥류 수술을 할 때 입원 필요성이 없다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본지 보도로 알려진 직후다. 학회는 “하지정맥류 입원 적정성 기준 마련 등 유관기관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다리에 푸른 정맥이 드러나는 하지정맥류는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하지정맥류 환자는 39만6558명이었다. 주로 여성에게 발생하는데, 미관상 이유로 수술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비용이다. 비급여인 하지정맥류 수술비는 병원별 편차가 크다. 레이저 정맥폐쇄술은 최저 10만원에서 최고 179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환자 상태와 수술 방식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환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통원 보험금 대신 입원 보험금을 받도록 유도하는 병원이 많다. ‘하지정맥류 수술은 당일 끝날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입원하면 실손 보험금을 탈 수 있다’며 입원 치료를 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입원 요건이 확인되지 않아도 지급 처리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관건은 기준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하지정맥류 수술을 할 때 입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통일된 기준이 없었다. 하지만 분쟁이 생길 때마다 법원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는 없다. 대한정맥학회가 입장문에서 “입원 치료는 단순히 6시간 재원이 아니라 환자가 의료진의 관찰과 관리 아래 치료받는 것”이라며 “환자 특성에 맞는 임상지침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정맥학회는 근본적 원인인 수술비의 투명성도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학회는 “회원 병원의 비급여 수술비를 정기 조사해 공개하겠다”며 “국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입원하면 환자는 비용을 아끼고 의사는 수입이 늘어 ‘윈윈’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손보험금은 한정된 재원이다.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가 커질수록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고, 다른 분야 보험금 심사도 한층 깐깐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부담은 다른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2023년에도 하지정맥류 과잉진료 논란이 불거지자 대한정맥학회가 진단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입원 기준과 수술비 공개로 자정 범위를 넓혔다. 학회의 노력이 보험금 누수를 줄이고 의료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