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붐비는 청주공항

입력 2026-08-06 17:48
수정 2026-08-07 00:13
‘고추 말리는 공항’은 무분별한 정부 예산 낭비를 꼬집을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비유다. 적게 잡아도 수천억원을 들여 건설한 공항 활주로에 여객기 한 대 없이 빨간 고추만 널려 있는 광경을 상상하면 국민 누구라도 울화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물론 공항 활주로는 법에 따라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만큼 고추 말리는 공항은 실제로 있는 일은 아니다.

1997년 민간 공항으로 개항한 청주국제공항은 한때 이용객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중부권 대표 국제공항’으로 탈바꿈해 다른 지방 공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해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지난해 흑자를 낸 곳은 다섯 곳이다. 인천, 김포, 김해, 제주 그리고 청주 공항이다.

청주공항의 성공은 최근 국제선 이용객이 급증한 덕분이다. 올해 상반기 청주공항을 이용한 국제선 여행객은 113만 명으로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지난 1일 하루에만 국내선·국제선을 합쳐 113편이 운항할 정도로 붐비는 공항이 됐다. 세종시뿐만 아니라 경기 평택의 반도체 및 충북 오송의 바이오 등 인근 산업단지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도 작용했다.

무엇보다 일본 주요 도시는 물론 소도시를 오가는 노선이 많아지면서 인천공항 대신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경기 남부와 충청권 여행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판교, 동탄 등 경기 남부권에서 일본 여행을 떠날 때 청주공항을 선호하는 탑승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항공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데다 인천공항과 비교해 오히려 편리한 공항 접근성 및 주차 여건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청주공항의 국제선 노선은 일본 중국 베트남 대만 등 7개국 19개로 인천국제공항(155개) 김해국제공항(39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항공사에 착륙료 감면 혜택을 준 효과도 없지 않다.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로케이는 국제선 운항을 강화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배치하던 항공기를 얼마 전 청주공항으로 옮기기도 했다. 제2, 제3의 청주공항이 계속 나왔으면 한다.

김수언 수석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