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여의도·내곡 알짜땅까지…밑그림 나온 '영끌 공급세트'

입력 2026-08-06 17:37
수정 2026-08-07 01:34
정부가 수도권 유휴부지 활용과 민간 규제 완화, 행정·금융 지원을 총망라한 ‘종합형 주택공급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급 총동원’ 지시에 따라 기존 초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대책 발표 시점도 이달 중·하순으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단순한 물량 확대를 넘어 인허가 패스트트랙, 정책금융, 세제 합리화 등을 결합해 시장의 공급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구상이다. ◇그린벨트부터 학교까지 쥐어짜
정부는 7일 이 대통령 주재로 주택 공급 관련 비공개 대책회의를 열어 ‘1·29 대책’(수도권 6만 가구)과 ‘5·27 비아파트 대책’(수도권 11만 가구)에 이은 세 번째 공급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여의도·내곡동 등 핵심 입지를 놓고 5만 가구에 가까운 물량이 검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실제 착공이 가능한 물량을 선별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유력한 후보지로 ‘용산어린이정원’이 거론된다. 미군에서 반환받은 용산기지 부지 중 약 30만㎡를 어린이정원으로 일반에 개방했다. 다만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한 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용도변경·처분’을 금지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의 핵심 조항을 바꿔야 한다.

강남구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 및 여의도 부지,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부지도 공급대책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논현동 강남구청역 인근에 있는 LH 서울본부는 2020년 8·4 대책 때 200가구 규모로 지정됐다가 이후 논의가 흐지부지됐다. LH는 이 부지를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청년주택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여의도 부지와 조달청 부지 역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강남 핵심 입지에 있는 알짜 부지다.

‘그린벨트 해제’ 카드도 검토된다. 과거 정부가 검토하다가 중단한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이 거론된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 하남 일대도 공급 후보지로 꼽힌다. 청담고(강남구) 공항고(강서구) 등 폐교·이전한 학교 부지와 군부대를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대 등이 여전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수도권 30만㎡ 미만 소규모 그린벨트는 시도지사가 해제 권한을 갖고 있다.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서울 신규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앞선 공모에서 서초구 4곳, 용산구 3곳, 강남구 2곳, 송파구 1곳을 포함해 16개 자치구에서 총 44곳이 신청했다. 첫 강남 지역 등 다수 후보지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제·용적률도 건든다이번 대책에는 유휴부지 활용뿐만 아니라 비아파트 주택 수 제외 등 세제와 금융 지원, 용적률 완화 등 민간 지원책이 총망라될 전망이다. 공공주도와 신규 부지 확보에 초점을 맞춘 기존 정책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공급 회의에서 “물량뿐 아니라 속도가 중요하다”며 “가용한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행정 조치와 금융·재정 지원, 규제 완화 등 동원 가능한 수단을 폭넓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준공업지역이다. 서울시가 규제 완화를 통해 최대 용적률 400%를 허용한 가운데 산업시설 비율을 낮춰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을 800%까지 높이려면 절반을 산업시설로 확보해야 한다”며 “산업시설 비중을 줄이면 그만큼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용도지역 간 형평성과 복잡한 소유구조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속도가 빠른 오피스텔과 빌라 등 비주택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소규모 주택신축판매업자의 취득세 중과 요건 완화와 매입임대사업자의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적용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소형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정/구은서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