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오늘 어때? '조마조마'…한국만 쳐다보는 日 개미들

입력 2026-08-06 17:43
수정 2026-08-07 00:48
일본 도쿄의 증권사가 몰려 있는 마루노우치. 여기로 출근하는 애널리스트는 요즘 매일 아침 출근하면 한국 증시부터 살펴본다. 닛케이225지수가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이른바 ‘한국 연동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등락이 일본 증시를 움직이고 있다. 일본 기업의 실적과 밸류에이션 등 고유 투자 재료까지 한국발 수급에 가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5%에 이르는 한·일 증시 동조율
6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와 닛케이225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날은 85%에 이르렀다. 지난해 6월부터 이날까지의 동조율(58%)보다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과 일본 증시는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주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 때문에 해외 투자자 사이에서 사실상 같은 투자 묶음으로 취급된다”며 “한국 증시가 수급 요인으로 급등락하면 일본 증시도 같은 방향으로 크게 흔들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일에도 코스피지수가 장중 상승 폭을 줄이자 닛케이225지수도 보조를 맞추듯 오름세가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일본 증시의 변동성도 한국 증시처럼 커졌다. 닛케이225지수의 장중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를 전 거래일 종가로 나눈 ‘장중 변동률’은 최근 3개월 연속 2%를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뚜렷한 금융시장 충격이 없는데도 높은 변동성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등락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형 개별주 상장지수펀드(ETF)를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 꼽는다. 6월 초 일본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던 키옥시아를 비롯해 도쿄일렉트론, 후지쿠라 등 일본 반도체 관련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일본 투자자 사이에서는 한국 연동 현상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일본 개별 상장사의 실적과 성장성, 밸류에이션을 토대로 한 투자 판단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일본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과거에 비해 도요타와 소니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의 증시 영향력이 줄어든 것도 한국 연동 현상이 뚜렷해진 이유”라며 “한국 연동에서 벗어나 시장이 펀더멘털 중심으로 돌아오는지가 하반기 일본 증시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관심 두는 日 투자자그만큼 일본 투자자의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다. 당장 니혼게이자이가 지난달 30일 자 신문 종합 1면에 SK하이닉스 실적을 중점 보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는 사상 최대 실적 달성과 함께 발표 당일 주가 하락을 비중 있게 다뤘다. 같은 날 일본 대표 기업 히타치의 사상 최대 순이익 전망이 나왔고, 도쿄전력의 원전 재가동 이후 실적도 발표됐지만 SK하이닉스에 밀렸다.

니혼게이자이는 SK하이닉스 실적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지속될지를 가늠했다.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주가가 엔비디아 못지않게 글로벌 AI 반도체 경기를 예상하는 선행지표로 일본 투자자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산업과의 높은 연결성도 관심이 커진 배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는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등 반도체 장비업체뿐 아니라 신에쓰화학 등 소재업체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 투자자에게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은 일본 반도체 관련주의 향방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1980년대부터 일본에서 사업해온 한 한국계 기업인은 “과거 일본 대기업과 격차가 크던 한국 기업 주가가 이제 일본 증시 전체를 뒤흔들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