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물에 용적률 넘겨준다…美·日, 고층개발에 TDR 활용

입력 2026-08-06 17:57
수정 2026-08-07 00:42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은 문화재 보존이나 역사경관 보호 등으로 사용하지 못한 용적률을 다른 부지로 이전하는 용적이양제(TDR)를 운영하고 있다. 개발이 제한된 토지 소유자는 미사용 용적률을 팔아 재산권 손실을 보전받고, 이를 사들인 개발사업자는 더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아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개발 제한에 따른 공공성과 도심 고밀 개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미국에서는 1978년 연방대법원이 개발이 제한된 토지 소유자가 TDR을 통해 재산적 가치를 보전받을 수 있다고 판결한 이후 용적률 거래가 본격화됐다. 대표적 사례가 2020년 뉴욕 맨해튼에 준공한 93층 초고층 빌딩 ‘원밴더빌트’다. 이 건물은 인근 바워리저축은행의 미사용 용적률을 이전받아 당초 1500%이던 용적률을 3000%까지 높였다. 개발사인 SL그린은 그 대가로 뉴욕시 요청에 따라 주변 교통·보행 환경 개선에 2억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일본은 미국과 비슷한 ‘특례용적률적용지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준공한 신마루노우치빌딩은 도쿄역의 미사용 용적률을 이전받아 용적률을 1300%에서 1665%로 높였다. 여기에 지하광장과 보행공간 정비에 따른 공공기여 인센티브를 더해 최종 1760%의 용적률을 적용받았다.

호주 시드니시는 문화재 소유자가 법규에 따라 보존·수선공사를 완료하고 장기 보존 의무를 설정하면 ‘유산연면적(HFS)’을 부여한다. 문화재 소유자는 HFS를 도심 개발업자에게 판매할 수 있고, 개발업자는 HFS로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있는 구조다. 시드니 중심업무지구에 2022년 들어선 ‘퀘이쿼터타워’는 개발사가 시드니시가 보유한 캐피톨극장 등의 HFS를 사들여 206m 높이로 지어졌다.

국내에서는 용적률을 정비구역 간 나눠 쓰는 결합개발을 넘어 용적률 규제 자체를 완화하는 ‘공간혁신구역’ 실험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건축물 용도와 건폐율·용적률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제도로, 서울시가 제안한 ‘비욘드 조닝’을 제도화한 도시계획 체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당 제도는 법 개정으로 도입됐으며, 도시혁신구역·복합용도구역·입체복합구역 등 세 유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 16개 선도사업 후보지에서 지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다만 부지 확보와 사업성, 민간 참여 부족 등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공공기여 부담의 예측 가능성과 합리화가 사업 활성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정의진/유오상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