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반도체 급락으로 코스피가 반락한 와중에도 고려아연·풍산 등 금속 관련주는 큰 폭 상승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도 프리포트맥모란·서던코퍼·뉴몬트 같은 구리·금광업체가 강세를 보였는데, 지정학 리스크 완화 가능성에 뉴욕 구리 선물이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쓴데다 금 현물도 온스당 4300달러를 돌파해 7주 만에 최고치로 오른 영향이 컸다.
시장에선 고금리에 억눌렸던 원자재가 금속자산을 중심으로 강세를 재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증권가 전망이 가장 낙관적인 건 구리다. 신규 대형 광산 개발이 지연되는 가운데 기존 광산의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로 수요는 늘고 있어서다.
공급망 곳곳에서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구리 정광 현물 제련수수료는 제련소가 원료 확보를 위해 웃돈을 줘야 할 만큼 광산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중국과 러시아의 황·황산 수출 제한도 새로운 변수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황산을 필수 원료로 쓰는 공정은 세계 구리 생산의 약 17%를 차지한다. 가격 급등이 장기화하면 생산비 상승과 감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정련동 관세 가능성은 구리 재고 부족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관세 부과 전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미국 외 지역의 재고·공급 감소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재고가 10만 톤 아래로 떨어진 점을 지적하며 “역사적으로 이 수준에선 가격이 하락보다 상승에 비대칭적으로 반응했다”고 했다.
씨티와 JP모건, NH투자증권 등은 이런 수급 불균형을 근거로 LME 구리 선물 가격이 연말 톤당 1만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5일(현지시간) 기준 LME 구리 선물은 1만4110달러였다. 원자재도 '옥석 가리기' 필수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초 구리 강세를 전망했던 골드만삭스는 최근 전망을 뒤집고 올 4분기 목표가를 1만1200달러로 하향했다. 1만3000달러를 웃도는 가격에는 실물 부족뿐 아니라 관세를 앞둔 비축 수요와 투기적 자금 쏠림이 상당 부분 반영됐으며, 미국에 쌓인 재고가 다시 시장에 풀리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논리다. JP모건도 구리 강세론에 단서를 달았다. 연내 미국 중앙은행(Fed)이 예상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제조업 둔화, 달러 강세가 나타나 내년 초 구리값이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금속 반등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중앙은행 긴축 가능성을 들어 '원자재 전반의 슈퍼사이클'로 해석하기엔 이르다고 경고한다. JP모건은 현재 원자재 시장이 금리 환경만 보면 1999년과 비슷하지만, 가격과 공급 충격의 출발점은 오히려 2022년과 닮았다고 진단했다. 1999년에는 원자재 가격이 오랫동안 하락한 뒤 낮은 수준에서 긴축을 맞았지만, 지금은 다양한 공급 차질로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금리 인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금 역시 실질금리 상승에 가장 취약한 원자재로 꼽힌다. JP모건은 Fed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금이 다시 온스당 4000달러를 깨고 내려갈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경고했다. 원자재 전체의 동반 상승에 베팅하기보다, 지정학이 떠받치는 원유나 실제 공급 부족이 확인되는 구리처럼 가격 상승의 근거가 분명한 자산을 선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