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과 가격만으로는 이커머스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배송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동일한 상품을 여러 판매 채널에서 비슷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배송 속도와 도착 예정일이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 DHL이 지난 6월 발표한 '2026 이커머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온라인 쇼핑객의 20%는 빠른 배송이 구매를 완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라고 응답했다. 배송 경쟁력이 단순한 물류 서비스가 아니라 구매 전환을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상품 경쟁력과 가격, 온라인 쇼핑 경험이 주요 경쟁 요소로 꼽혔다. 배송은 주문한 상품이 문제없이 도착하면 되는 서비스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픈마켓과 가격 비교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상품과 가격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졌고, 배송 경쟁력이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프라임 멤버십을 통해 빠른 배송을 혜택으로 제공하고, 자체 물류망을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운영하며 물류를 핵심 경쟁력으로 키워왔다.
배송 경쟁이 확대되면서 관련 산업도 변화하고 있다. 물류 대행은 단순 창고 임대에서 입고·재고관리·출고·반품을 통합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중심으로 발전했다. 신선식품 시장에서도 콜드체인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도착일을 보장하는 배송 서비스가 늘고 있다. 택배업계 역시 주 7일 배송 체계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이 같은 물류 운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활용해 중소 브랜드도 유사한 수준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자사몰 역시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자사몰이 사실상 유일한 구매 채널인 경우가 많아 배송이 다소 늦더라도 수요가 유지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일한 브랜드 상품을 오픈마켓이나 편집숍 등 다양한 판매 채널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배송 경쟁력이 자사몰의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배송이 늦을 경우 소비자가 다른 판매 채널을 선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가 운영하는 자사몰 대상 주 7일 출고 서비스 '매일배송'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이용 브랜드 수는 22배 이상 증가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브랜드의 주말 주문도 21.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 브랜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A사는 주 7일 출고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주문 건수가 약 70%, 거래액은 약 60% 증가했다. 일평균 신규 가입자는 60% 이상 늘었고 전환율도 개선됐다. 주말에도 즉시 출고가 가능해지면서 소비자의 구매 결정이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상품과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배송 경쟁력이 브랜드의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소비자가 상품을 받는 경험이 브랜드 만족도와 재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배송 품질과 출고 속도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혜인 기자 hyein5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