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가 분수령…의구심 풀리면 코스피 1만 넘본다”

입력 2026-09-02 06:00
수정 2026-09-02 08:21
[리서치센터장 인터뷰]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피크아웃’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내놓았음에도 주가가 급락하자 인공지능(AI)·반도체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 6일 만난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하락을 구조적인 약세장의 시작으로 보지 않았다. 단기 급등 이후 차익 실현과 수급 공백이 맞물린 가운데 시장에 추가적인 ‘서프라이즈’가 제시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이 센터장은 AI·반도체 업황은 아직 훼손되지 않았으며, 내년에는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로 병목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빅테크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장기 금리 상승과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는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향후 시장의 분기점은 8월 말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9월 초 반도체 수요 조사다. 기업 실적 전망이 다시 가파르게 상향된다면 국내 증시가 강하게 반등할 수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당분간 기간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센터장은 반도체 이익의 지속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코스피 9000이나 1만 포인트도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현재 반도체 주가에는 이익이 곧 꺾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며 “그 의심이 해소되면 코스피 1만을 넘어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이번 조정의 근본적인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성장주의 숙명은 시장에 계속 서프라이즈를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프라이즈의 강도, 즉 변화의 폭이 점차 작아지면 시장에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이번에도 그런 테스트 과정이 나타났다고 봅니다. 단기간에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시장을 이끌 새로운 내러티브나 추가적인 서프라이즈가 강하게 제시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수급 변동성이 맞물리면서 일종의 수급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충격은 큰 악재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데, 주변 환경에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주가가 갑자기 무너지다 보니 투자자들이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결국 급등 이후 차익 실현과 추가 상승 동력에 대한 불안감, 수급 공백이 한꺼번에 발현된 조정으로 판단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고점 대비 크게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난 것일까요.
“본연의 업황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불식됐다고 생각합니다. AI 투자 사이클의 배경에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지, 투자할 자금이 있는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실적과 투자 계획을 통해 그 부분이 어느 정도 구체화됐고 시장도 안도했습니다. 반도체 가격이 오른 것은 결국 병목 때문인데, 저희는 내년에 병목이 오히려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요는 늘어나지만 공급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드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반도체 기업의 실적 자체가 크게 망가질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반도체주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불편한 부분은 AI 투자를 주도하는 테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부채를 통해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과거 3%대 금리에서 조달하던 자금을 6%대 금리로 조달한다면 수익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금리가 다시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존 불안감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금리 급등이 진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금리 부담과 별개로 AI와 반도체의 실질적인 투자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중국 기업의 반도체·AI 기술 추격은 어느 정도의 위협이라고 보십니까.
“중국이라는 변수는 새로운 문제는 아니지만 길게 보면 굉장히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역시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국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산업 모델을 저가 공세로 훼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기업과 같은 수준의 성능은 아니더라도 이에 조금 못 미치는 제품을 100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내놓으면서 시장에 노이즈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산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이 기술력을 앞세워 기존 생태계를 훼손하거나, 미국이 더욱 강력한 규제로 중국을 고립시키는 두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규제 강화가 시장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AI·반도체주의 주가 회복 시점을 가늠할 핵심 이벤트는 무엇입니까.
“1년 전 반도체 랠리가 시작됐던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 봐야 합니다. 당시에는 9월 초 진행된 다음 해 반도체 수요 조사 결과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나오면서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올해도 같은 과정이 돌아옵니다. 8월 말 엔비디아 실적을 확인하고, 9월 초에는 향후 수요 전망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실적 전망이 다시 가파르게 상향된다면 시장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당분간 기간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은 주요 이벤트를 상당 부분 소화한 뒤 매물과 수급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미국의 시장 컨센서스는 기준금리 인상이나 동결 쪽에 가깝지만, 저희는 내년 상반기까지 두 차례 정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 자체가 크게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물가는 결국 내려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질적인 이유는 소비와 고용이 그렇게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겉으로는 AI를 중심으로 투자 붐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것이 미국 내수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다시 올리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기존의 금리 정상화 흐름으로 복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미국과 함께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까요.
“한국과 미국의 사정은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 경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현재는 반도체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정유 업황도 터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이고, 전쟁 이후 나타나는 펜트업(억눌렸던 수요가 분출되는 현상) 수요와 비슷한 흐름도 관찰됩니다. 비반도체 업종의 실적과 수출도 예상보다 양호합니다. 국내 경기가 아직 버티고 있기 때문에 금리 조절의 속도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인하보다는 동결이나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미국은 반대로 인하 가능성이 있어 양국 통화 정책이 엇박자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미 벌어진 현상을 수습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현재 할 수 있는 수준의 최선이었다고 봅니다. 거래를 일부 통제하는 조치도 단기적으로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다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 자금의 유출입만 바라봤다는 데 있습니다. 해외 투자와 대미 투자로 달러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국내 자금을 붙잡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책은 외부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제도 개선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같은 과제도 결국 정책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반기 외국인 자금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무엇입니까.
“단기적으로는 결국 반도체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은 반도체 사이클이 예상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확신이 생기면 외국인 자금은 굉장히 빠르게 들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습니다. 과거 한국 증시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AI 투자 사이클의 가장 윗단에 있는 시장입니다. 글로벌 투자 사이클의 민감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 만큼 반도체 업황이 재확인되면 외국인 수급도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어느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십니까.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초반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의 환율은 전통적인 이론보다 자금의 유입과 유출에 의해 결정되는 성격이 강합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는데도 원화가 오히려 강세를 보인 것은 SK하이닉스 관련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자금 송금 등 개별적인 수급 요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율과 주가가 별개로 움직이는 시장이 된 것입니다. 미국이 엔화 약세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원화가 엔화 흐름과 연동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가 아주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이기보다는 현재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반기에 주목할 업종을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큰 그림에서는 세 덩어리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AI 투자 사이클과 관련된 기업입니다. 과거 스마트폰 사이클도 초기에는 완제품이 주도했지만 점차 고사양화가 진행되면서 부품으로 관심이 넘어갔습니다. AI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에서 시작해 기판, 부품, 전기, 전력 효율 등으로 투자 영역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포함해 AI 투자 사이클이 묻어 있는 종목은 계속 봐야 합니다. 두 번째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산업입니다. 방위산업과 원자력 발전,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 관련 산업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세 번째는 경기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성장하는 화장품입니다. 내수가 아니라 수출을 통해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계속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이밖에 무신사와 같은 비상장 대어가 시장에 미칠 영향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코스닥이 오랜 기간 부진했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입니까.
“결국, 퀄리티의 문제입니다. 좋은 기업과 우량 기업이 충분히 많고, 시장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면 코스닥도 하나의 시장으로 평가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코스닥은 하나의 시장이라기보다 개별 기업들의 집단에 가깝습니다. 기본적인 밸류에이션이 어렵고 상장사의 절반 이상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신뢰를 많이 잃었습니다. 코스피가 강하게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측면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투자자가 신뢰할 만한 우량 기업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10월 도입될 예정인 코스닥 승강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까요.
“코스닥에는 워낙 많은 기업이 상장돼 있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방치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승강제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정한 기준을 통해 기업을 검증하고 우량 기업으로 시장을 압축하면, 검증을 통과한 기업은 오히려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을 찍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됩니다. 어떤 조건을 달성하면 다시 평가받을 수 있는지를 명확히 제시하고, 기준을 충족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코스피 9000이나 1만 포인트는 고평가 영역이 아닐까요.
“코스피 9000이나 1만 포인트를 상징적인 고평가 영역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수준에서도 이익을 기준으로 본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 초중반 정도입니다. 기업들이 돈을 너무 많이 벌어 주가가 이익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입니다. 시장에는 기업 이익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구심이 연초부터 남아 있습니다. 이전에는 이익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정도를 반영했다면, 지금은 사이클이 곧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가격에 반영된 상황입니다. 반도체 사이클이 예상보다 길고 강하다는 점을 시장이 인정하는 순간 코스피 9000이나 1만은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이 아닙니다.”

반도체주의 밸류에이션도 여전히 낮다고 보십니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미래 이익을 당겨 PER로 평가하면 현재 3배 정도에 불과합니다. 시장에서 PER 3~4배는 일반적으로 해당 산업이 사양산업일 때 적용되는 수준입니다. 과거 현대자동차도 내연기관 산업이 결국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PER 3~4배를 받았습니다. 지금 시장은 반도체를 비슷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분기에 얼마나 많은 돈을 벌든 결국 이익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투영된 가격입니다. 이 의구심이 해소되고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된다면 코스피 1만을 넘어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은 8월과 9월에 걸쳐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하반기 시장에서 투자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 신호는 무엇입니까.
“AI 측면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거대언어모델(LLM) 기업 가운데 한 곳이라도 투자를 포기하거나 시장에서 발을 빼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상징적인 위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시장은 지금까지 기업들이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고 믿어 왔습니다. 주요 플레이어 가운데 누군가 이탈하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플레이어가 AI 투자 경쟁에 참여하는 것은 강력한 긍정적 신호입니다. 3분기와 9월 이후 기업 실적과 투자 관련 숫자들이 다시 업데이트될 것입니다. 그 수치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좋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신호가 나온다면 반등의 강도도 상당히 셀 수 있습니다.”

현금 10억 원을 안정적으로 운용한다면 어떤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겠습니까.
“자산의 종류와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현금 비중을 20~30% 정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앞으로 변동성이 어떻게 커질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는 고정수익이나 확정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에 배분해 포트폴리오의 버퍼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머지 자산 가운데 일부는 주식으로 가져갈 만합니다. 아직 주식 시장의 사이클이 꺾였다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위험자산을 모두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버퍼를 먼저 확보한 뒤 자신의 위험 선호도에 맞게 주식 비중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극심한 포모(소외공포)를 겪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언한다면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으려면 자신의 투자 규모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십억 원이나 수백억 원을 벌었다가 그 돈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면 자신의 인생 전체가 부정되는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돈을 투자해야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투자금이 삶에 영향을 줄 정도로 커지면 아무리 많은 수익을 냈더라도 결국 불행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장의 방향을 맞히는 것에 앞서 자신의 투자 규모부터 통제해야 합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강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