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는 쓰레기" 댓글은 모욕죄 아니야…대법이 판단 뒤집은 이유

입력 2026-08-06 10:52
수정 2026-08-06 10:57


유명 유튜버 에이전트H(본명 황지훈)를 겨냥해 “쓰레기”라는 댓글을 쓴 작성자를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모욕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5월 이근 대위와 에이전트H의 갈등을 다루는 네이버 카페 게시물에 “H 쓰레기인 듯…”이라고 댓글을 작성했다. 하루 뒤 비슷한 내용의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H가 쓰레기임”이라는 댓글을 썼다.

이 대위와 에이전트H는 특수부대 UDT 출신 유튜버이다. 이들은 2020년 약 65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 ‘가짜사나이’ 콘텐츠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2023년 4~5월 이 대위는 돌연 “에이전트H가 나에 대한 뒷담을 하고 ‘먹튀 프레임’을 씌웠다”며 에이전트H의 과거를 폭로했다. 이후 에이전트H는 A씨 등 자신을 향해 악플을 단 누리꾼을 고소했다.

1심은 A씨가 작성한 2개의 댓글 모두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 1심 재판부는 “‘쓰레기’라는 표현은 상대방의 인격을 심하게 비하하는 표현”이라며 “외부적 명예를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쓰레기’라는 표현이 사실상 내용의 전부”라며 “A씨에게 피해자를 모욕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 있어야 모욕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쓰레기는 부정적 감정을 나타낸 표현으로 에이전트H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고 명예를 침해할 만한 모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댓글이 달린 경위에도 주목했다. A씨가 댓글을 단 네이버 카페의 게시글에는 이 대위와 에이전트H 사이의 갈등을 다루는 유튜버의 영상이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A씨의 댓글은 유튜버의 의견에 동조하는 취지”라며 “네이버 카페 회원들 사이에 댓글을 통해 여러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단발적 욕설”이라고도 판단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