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년 전 이집트인들은 어떤 빵을 먹었을까. 답을 알려주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대신 연구자들은 출토된 고대 토기에서 효모를 채취해 직접 빵을 구웠다. 고대 품종의 밀가루를 반죽하자 효모는 살아 움직였고, 갓 구운 빵에서는 은은한 흑설탕 향이 났다. 현대 효모가 섞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 실험은 고대인의 식생활을 상상으로 복원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실제 재료와 기술로 당시의 생활상을 검증하려는 시도였다.
번역 출간된 신간 <실험하는 고고학자>는 이처럼 몸으로 과거를 되살리는 사람들을 찾아간 현장 탐사기다. 원제는 '투탕카멘과 저녁을 먹는다면'(Dinner with King Tut). 잃어버린 문명의 모습뿐 아니라 소리와 냄새, 맛과 촉감까지 복원하려는 ‘실험고고학’의 세계를 안내한다.
고고학은 흔히 땅을 파서 유물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학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유물은 많은 것을 보여주면서도 결정적인 질문에는 침묵한다. 돌칼은 실제로 얼마나 잘 들었을까. 원시적인 활로 어디까지 화살을 날릴 수 있었을까. 특정한 모양의 토기에서는 어떻게 빵을 구웠을까. 실험고고학자들은 당시의 재료와 제작법을 되도록 충실하게 재현한 뒤 직접 사용해보며 이런 질문에 답한다. 고대 이집트의 원뿔형 빵틀을 재현한 연구가 토기의 형태와 밀가루의 성질, 조리 순서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밝혀낸 것이 한 사례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면면은 별나다. 흑요석을 깨뜨려 칼날을 만들고, 석기만으로 자연사한 코끼리의 가죽과 살을 벗긴다. 중세의 제조법에 따라 화약과 대포를 복원하고, 고대 로마 여성의 복잡한 머리 모양을 되살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동굴에서는 20만 년 전 인류가 만들었을 법한 재와 식물 잎 침대를 재현해 직접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향기로운 나뭇잎은 모기를 쫓았고, 재는 벌레가 기어드는 것을 막았다. 겉보기에는 엉뚱한 체험 같지만, 유물과 흔적만으로 세운 가설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연구다.
과학 저술가 샘 킨은 관찰자로 머물지 않는다. 직접 뗀석기를 만들고 투창기를 던지며, 물고기 미라를 제작하고 고대 방식으로 문신까지 새긴다. 피와 오줌, 동물성 지방이 뒤섞인 현장을 유머러스하게 전하는 그의 글은 고고학을 현재진행형의 과학으로 바꿔놓는다.
각 장 사이에는 실험 결과와 고고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쓴 짧은 픽션도 들어 있다. 안데스산맥의 여성 사냥꾼과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 중국 궁정의 환관 같은 인물이 등장해 한 시대의 일상을 보여준다. 감각이 풍부한 역사와 생동감 있는 서사를 결합하면서, 실험고고학이 과거를 이해하는 데 왜 필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의 재미는 기묘한 재현 실험을 구경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실험고고학은 과거에 관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대신, 그 이야기가 물질적 조건 속에서 가능한지 묻는다. 유물의 형태와 문헌 기록, 성분 분석으로 세운 가설을 실제 제작과 사용을 통해 확인하고, 실패하면 기존 해석을 수정한다. 과학에서 실험이 가설을 검증하듯 고고학에서도 실험이 증거와 추론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셈이다.
인공지능이 고대 문자를 해독하고, 유전자 분석과 3차원 스캐닝이 과거의 흔적을 더욱 정밀하게 읽어내는 시대다. 그럴수록 이 책이 보여주는 손과 몸의 연구는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