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MBK는 못 잡아"…역차별 논란

입력 2026-08-05 18:17
수정 2026-08-06 02:59

정부와 여당이 국내 사모펀드(PEF)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PEF 역차별”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를 계기로 MBK파트너스를 규제하려고 마련한 법이 토종 PEF에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계류된 PEF 규제 법안 20여 개를 병합 심사해 정기 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핵심이 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세 가지다. 한정애 의원안은 PEF 운용사(GP) 임직원 보수를 공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현정 의원안은 PEF 차입 한도를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낮추는 내용을 담았다. 유동수 의원안의 핵심은 준법감시인 선임 의무화와 차이니즈월(부서 간 정보 장벽) 도입이다.

주요 임직원 보수 보고가 의무화되면 국내 PEF 급여 수준이 하향 조정되고, 우수 인력의 해외 PEF 이직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법안의 표적인 MBK는 예외다. 이 PEF는 출자자(LP) 대부분이 해외 연기금이고 투자 대상도 주로 해외 기업이다. 해외 법인을 통해 달러로 보수를 지급하는 사례가 많아 임직원 보수 보고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 국내 PEF 운용사 대표는 “모범생만 벌을 받고 사고 친 학생은 전학 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권 참여 시 노조 통보를 의무화한 규제 역시 노사 관계 악화나 인수합병(M&A) 무산에 따른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차입 한도를 줄이면 국내 운용사가 대형 인수전에서 해외 PEF에 밀려 대다수 매물이 해외로 넘어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PEF의 주요 임직원 보수 보고 의무는 유럽연합(EU)을 제외하고는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그 어떤 국가에도 존재하지 않는 제도다. 한 로펌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연방법원에서 위헌 결정이 난 규제”라며 “EU에서도 대부분 해외 PEF가 감독기관에 등록해 ‘역차별’ 논란이 없으며, 국회 등을 통해 대중에게 정부 자료가 공개되는 한국과 달리 철저히 비밀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국내 PEF가 이들과 경쟁하기엔 규모 면에서 크게 열세다. 세계 최대 대체투자 운용사인 블랙스톤은 운용자산(AUM)만 1977조원에 달한다. 세계 최대 PEF 운용사 KKR의 AUM은 1098조원, 유럽 최대 PEF 운용사인 EQT는 445조원이다. 이에 비해 MBK는 50조원, 한앤컴퍼니는 19조원, IMM PE는 11조원에 불과하다.

해외에서도 정부와 여당의 규제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한국 금융당국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 중징계를 결정한 지난달 초 “이번 제재는 비록 제한적이라고 할지라도 전례가 없는 조치”라며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는 PEF 운용사가 위축되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