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레버리지 매운맛 중독됐나…돈 싸들고 '여기' 몰려갔다

입력 2026-08-05 17:44
수정 2026-08-06 02:41
이 기사는 8월 5일 오후 5시9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가 시행되자 투자금이 코스피200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단일종목 거래는 급감했지만 지수형 레버리지 상품 리밸런싱 규모가 커지면서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규제가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한국경제신문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한 지난 5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과 코스피200 레버리지·인버스 등 대표지수 상품 19종의 종가 리밸런싱 규모를 분석한 결과,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기본예탁금 3000만원 규제가 처음 적용된 지난달 31일 전체 리밸런싱 추정액은 6조7921억원이었다. 코스피지수가 17.91% 급등한 이날 리밸런싱 규모는 지수가 9.99% 급락한 6월 23일 후 가장 컸다. 단일종목 거래는 줄었지만 시장에 실제 충격을 주는 기계적 매매 물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날 코스피200지수 기반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리밸런싱 규모는 3조6660억원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3조1262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규제 대상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지수형 상품으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리밸런싱 규모는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목표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운용사가 장 마감 전 기초자산과 선물을 사고팔아야 하는 금액을 말한다. 투자자 간 손바뀜을 의미하는 ETF 거래대금과 달리 시장 변동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31일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종가 리밸런싱 물량은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49조6000억원)의 13.7%에 달했다. 하루 거래대금의 7분의 1에 가까운 리밸런싱 주문이 오후 2시30분 이후 쏟아져 나왔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만 억제해서는 변동성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스피200지수 기반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19종에 이르는 데다 리밸런싱이 코스피200지수 선물과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막더라도 투자 수요가 코스피200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한다면 시장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전닉스서 지수형 레버리지로 환승…코스피 변동성 더 커지나
규제에도 ETF 조정물량 안 줄어…지수형 상품으로 자금 옮겨간 탓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예탁금 규제(현금 3000만원)가 시행됐지만 증시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 규모는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탁금 규제가 덜한(현금 및 대용증권 1000만원)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레버리지 상품으로 투자금이 이동하면서다. 시장에서는 올 상반기 레버리지·인버스 ETF 기본교육 이수자가 116만 명을 넘어선 만큼 이들이 지수형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리면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수형 리밸런싱 비중 44%→57%5일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두 달간 국내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종가 리밸런싱 규모를 분석한 결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예탁금 규제를 강화하기 직전 전체 리밸런싱에서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표지수형 상품이 차지한 비중은 하루평균 44.1%였다. 규제 시행 후에는 57.3%로 13.2%포인트 높아졌고 지난 4일에는 76.5%까지 상승했다. 규제 시행일인 지난달 31일에는 대표지수형 상품의 리밸런싱 규모가 3조6660억원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상품(3조1262억원)을 넘어섰다. 그동안 단일종목이 지수형 리밸런싱의 두 배 이상이었으나 규제 영향으로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리밸런싱 규모와 증시 변동성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분석 기간 리밸런싱 물량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의 8%를 넘은 13거래일에는 예외 없이 코스피지수가 하루 5% 이상 급등락했다. 리밸런싱 비중 상위 25% 거래일의 평균 절대 등락률은 8.2%로, 하위 25%(1.3%)의 여섯 배를 웃돌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장중 변동성이 높아질수록 리밸런싱 물량이 늘어나고 오후 2시 이후부터는 리밸런싱 물량이 쏟아지며 장 막판 변동폭을 키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두 종목 충격이 시장 전체로지수형 레버리지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우려되는 것은 시장에 미치는 충격 범위가 단일종목 상품보다 넓기 때문이다. 코스피200 기반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19종이다. 관련 상장지수증권(ETN)과 파생상품까지 포함하면 코스피200 움직임에 따라 포지션을 조정하는 상품은 더 많다. 이들 상품은 비슷한 시간대 코스피200 선물을 중심으로 리밸런싱하는데, 대규모 선물 매매가 차익거래와 프로그램 매매를 유발해 코스피200 구성 종목 전반으로 전달될 수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충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다면 지수형 레버리지 상품은 선물시장을 거쳐 시장 전체로 번질 수 있는 구조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진입 장벽을 높였지만 투자자들이 코스피200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하면 리밸런싱 물량 자체는 줄지 않을 수 있다”며 “오히려 충격 범위가 개별 종목에서 시장 전체로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200도 사실상 ‘삼전닉스 지수’지수형 상품으로 투자처를 바꾸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쏠림은 해소되지 않는다.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는 약 33.1%, SK하이닉스는 26.5%로 두 종목 합산 비중이 59.6%에 이른다.

2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대표지수지만 두 반도체 기업이 지수 움직임의 절반 이상을 좌우하는 셈이다. 투자자는 20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투자 원금을 웃도는 규모가 두 반도체주 움직임에 간접적으로 노출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취지는 장 마감 전 대규모 리밸런싱 물량을 줄이는 데 있었지만, 투자자들이 지수형 상품으로 이동하면 시장 전체 리밸런싱은 그대로 남는다”며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시장 전체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인기로 관련 교육을 받은 투자자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풍선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레버리지·인버스 ETF 기본교육 이수자는 116만3000명에 달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에 필요한 심화 교육 이수자도 약 69만 명으로 집계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레버리지의 매운맛을 본 투자자는 현금 3000만원의 기본예탁금 규제가 덜한 지수형 레버리지를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을 잡겠다고 내놓은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증시 변동성이란 역효과를 낳고 또 이를 막기 위한 핀셋 규제가 지수형 레버리지로 다시 번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예진/양지윤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