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소상공인 "최저임금 취소해달라" 소송

입력 2026-08-05 18:25
수정 2026-08-06 02:14
서울 마포구에서 8년째 중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52)는 새벽 5시에 나와 재료를 손질하고 밤 10시에 문을 닫는다. 그런데도 손에 쥐는 돈은 갈수록 줄고 있다. 최근엔 직원 두 명의 월급을 마련하지 못해 카드빚까지 냈다. 박씨는 “매출은 늘지 않는데 최저임금과 재료비가 해마다 오르니 직원 월급을 주고 나면 최저임금도 벌지 못한다”며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80원 인상됐지만 주휴수당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최저시급은 450원 이상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도 못 버는 소상공인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이 정부를 상대로 최저임금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5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7년도 최저임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공연은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재심의 요청을 기각해 재량권을 남용했고 업종별 최저임금제를 배제하는 등 평등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380원(3.7%) 오른 1만700원(주 40시간 기준 월 223만6300원)으로 확정 고시했다. 소공연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모두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고용노동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한 후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진 사례는 없다.

송치영 소공연 회장은 “현장의 절규를 외면한 채 기계적으로 이의제기를 기각했다”며 “올 상반기 자영업 폐업 건수가 62만400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파국의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의 무책임한 탁상행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소공연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한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 확정 고시에 대한 소송 제기는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 두 번째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 폭인 16.4% 인상한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소공연은 ‘2018년 적용 최저임금 고시’ 가운데 중 주휴수당을 반영한 ‘월 환산액’ 부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주휴수당을 없애달라는 의미였다. 법원은 “시급에 병행 표기된 월 환산액은 행정처분이 아니라 행정해석에 불과하다”며 소공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저임금 자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반기 자영업 폐업 역대 최대”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총대출잔액은 1092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주요 6대 업종 폐업률은 11.08%에 달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공개한 ‘2026년 자영업자 경영 환경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4.0%는 ‘월평균 소득이 2026년 최저임금 월 환산액에도 못 미친다’고 답했다. 올해 발표된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 성과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3.7%포인트 오를 경우 상장사의 노동생산성은 4% 개선됐지만 당기순이익률은 평균보다 6.4% 감소했다.

소상공인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오는 9월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과 부당해고 구제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됐을 때부터 있던 영세 자영업자 보호 장치로, 근로자 권리를 우선으로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소공연 관계자는 “직원 두세 명으로 겨우 버티는 가게에 대기업 수준의 노동 규제를 적용하면 인력을 줄이거나 가족 경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