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엔화 약세가 원화를 비롯해 아시아 통화 전반의 약세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28년 만에 일본과 함께 엔화 매수에 개입한 것도 급격한 엔저가 아시아 외환시장 전체를 흔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베선트 장관은 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많은 아시아 통화가 엔화와 연동돼 있다”며 “엔화가 약하기 때문에 원화가 약해지고 중국도 위안화 절상에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는 큰 폭의 엔저가 촉발 요인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매도할 경우 미 국채 금리가 오르는 것을 막고자 미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시장 인식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엔화 및 원화 약세도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를 촉발할 수준은 아니었다.
미국과 일본의 이례적인 외환시장 공동 개입에도 엔화 가치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57엔대 중반에서 움직였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미·일 공동 엔화 매수 개입 직후 기록한 155엔대 초반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2엔 이상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미·일 공조가 엔저 속도를 늦췄지만 추세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이 다시 한번 강력한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