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및 담합 행위 기업에 대해 ‘지분 강제 매각’ 조치를 도입하고, 기업집단 지정 자료 제출 때 계열사를 누락한 총수 개인에게 직접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제 주병기 공정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6년 하반기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의 주요 내용이다. 반복적인 담합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등록취소 처분과 함께 가담 임원 해임 명령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담합이 경쟁 제한으로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등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시장교란 행위인 것은 틀림없다. 당연히 뿌리 뽑아야 할 불법이다. 하지만 법치국가라면 어떤 경우든 저지른 행위에 걸맞은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솜방망이 제재만큼이나 과도한 처벌도 문제다.
최근 공정위는 담합에 대해 그간 볼 수 없던 액수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1월에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4개 은행에 2720억원, 2월 설탕 담합 관련 3개사에 4083억원, 5월 밀가루 담합 7개사에 6710억원, 지난달에는 전분당 담합 4개사에 74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중견기업이라면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다. 그런데도 과징금 부과를 넘어 등록 취소나 지분 강제 매각까지 검토하는 건 과도한 대응이다. 시장경제를 지킨다고 시장경제의 원칙을 스스로 허물겠다는 꼴이다.
공정위는 이날 “공정위가 진짜 많이 했다. 경제경찰 또는 경제검찰로 불리던 역할을 요새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대통령 칭찬도 들었다. 그렇다고 도 넘은 ‘기업 때리기’까지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총수 개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유일한 ‘갈라파고스 규제’를 없애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강화하는 역주행이다. 공정위는 어디까지나 시장 질서를 지키는 ‘공정한 파수꾼’이어야지, 기업을 벌벌 떨게 하는 ‘저승사자’가 돼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