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3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시장의 관심은 단연 부동산 세금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율을 2028년에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똑같은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2.7%인 실거주 1주택자 종부세 최고세율을 2027년 3.5%로 인상하고, 2028년부터는 5.0%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종부세는 과세표준액 12억원 초과 구간부터 거의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초고가주택 보유자 가운데 처음부터 초고가주택을 매입한 사람은 거의 없다. 집값이 올라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을 뿐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가까운 동탄신도시 집값이 급등하고,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는 광주가 들썩이는 것만 봐도 집값 변동은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알 수 없는 미래의 어떤 결과 때문에 당사자가 감당할 수 없는 세금을 내야 하는 게 타당한가.
초고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가 징벌적으로 강화될수록 ‘다주택 보유’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주택 보유자는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취득세도 중과당한다. 하지만 해(年)를 달리해서 한 채씩 집을 팔면 양도세율(6~45%)의 낮은 구간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다주택 보유의 상대적인 불리함이 줄어들고, 일부는 역전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정부는 이 가능성을 따져봤나.
양도세 거주 공제를 산출할 때 최고한도(2028년 20억원, 2029년 이후 10억원)를 두겠다는 것 역시 당혹스럽다. 주택 양도차익은 적어도 몇 년, 많게는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양도소득세율을 바로 적용하면 세금이 과도해진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를 두는 이유다. 퇴직금에 세금을 매길 때 먼저 근속연수로 나누고 환산급여공제를 한 다음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정부안대로 양도세 공제한도를 10억원으로 제한하면 예컨대 25억원에 산 주택을 10년 거주·보유하고 75억원에 양도할 경우 지금은 3억1600만원을 양도세로 내는데, 2029년에는 13억7300만원을 내야 한다. 주택 원본이 그만큼 더 줄어든다.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양도세 공제한도 10억원이 다 차기 전에 집을 팔고 이사 가야 한다. 이게 정부가 유도하는 방향인가.
우리가 양도세를 ‘거래세’로 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집을 판 돈으로 다른 집을 사기 때문이다. 양도세가 늘어나면 주택 거래가 그만큼 어려워지고 우리 사회의 이동성이 떨어진다. 걱정할 일이 아닌가.
1주택 보유자라고 하더라도 ‘비거주’하면 세금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정책 역시 시비를 가려볼 만하다. 자신이 구입한 주택에서 살 것인지 말 것인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 부득이한 사유로 거주지를 옮겨야 할 때는 정부가 최장 3년까지 거주기간으로 인정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유 말고도 불가피한 개인적인 일이 있을 수 있다. 갑자기 다른 곳에 돈을 쓸 일이 생겨서 입주를 미루거나 이사 가야 하는 상황도 종종 생긴다. 물론 정부가 실거주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불이익이 충분히 크다면 거주의 자유를 정부가 제약하는 것 아닌가.
재산세와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의 전년대비 증가율 상한선을 50%에서 100%로 늘리겠다는 아이디어는 왜 나왔는지도 궁금하다. 부동산 세금 개편이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공격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한 해에 보유세가 두 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세금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 아닌가. 한 해 50% 상한선만으로도 충분히 과한 것 아닌가.
초고가주택을 새로 구입하려는 사람들 입장은 생각해봤는지도 궁금하다. 거주 공제(5년 이상 20%, 10년 40%, 15년 50%)는 어차피 해당 사항이 없고, 연령 공제(60세 이상 20%, 65세 30%, 70세 40%)도 적용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공제 혜택을 받는 기존 거주자와 달리 종부세를 온전히 다 부담해야 한다. 이들도 ‘공평하지 않다’고 느끼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