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에서 성조숙증으로 진료받는 아이들이 줄고 있지만 안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자 아이 중 성장 치료가 필요한 '조기 사춘기'는 오히려 늘고 있어서다. 키 성장 치료를 위한 '골든 타임'인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부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은 5일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사춘기가 2년가량 이른 것을 의미하고 조기 사춘기는 1년가량 이를 때"라며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으면 사춘기를 늦추는 치료로 키 클 시간을 벌지만 조기 사춘기는 '정상' 판단으로 치료 대상에서 빠져 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성조숙증으로 진료받는 소아·청소년은 감소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18만6726명이었던 성조숙증 환자는 2024년 17만5249명, 지난해 16만 8043명으로 줄었다.
저출생으로 소아·청소년 인구가 감소한 데다 생활 습관 관리 등 예방에 신경 쓰는 부모가 늘면서 성조숙증 질환까지 이어져 진단받는 아이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위적 개입 없이 정상 성장 곡선을 따라가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1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바뀌면서 진단·급여 문턱이 높아진 게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도 나온다. 진단 기준을 강화하면서 생긴 변화라는 것이다. '조기 사춘기'처럼 진단 경계에 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치료 적기를 놓칠 수 있다.
여자 아이들은 사춘기 징후가 뚜렷하다. 이 때문에 성장 치료가 필요한 시기에 치료받는 사례도 많다. 문제는 남자 아이들이다. 사춘기가 와도 알아채지 못해 성장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박 원장은 "진료 현장에선 키가 안 큰다며 찾아오는 중학교 1~2학년 남학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남자 아이는 고환이 커지는 사춘기 초기 신호를 부모가 알아채기 어려워 발견이 늦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키가 크지 않는다'며 의료기관을 찾는 중학교 1~2학년 남학생 상당수는 사춘기 시작 연령이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사춘기가 진행돼 중학교 입학 시기 즈음엔 성장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에 사춘기가 시작되면 이른 사춘기로 판단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고 '성조숙증'으로 진단받는다. 하지만 4학년이 된 뒤 사춘기가 시작되면 정상 성장 속도로 판단해 부모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은 5·6학년이 되면 또래 아이들보다 오히려 키가 커진다.
'우리 아이는 성장에 문제가 없다'고 안심하다가 의료기관을 찾는 때는 중학생이 된 뒤다. 박 원장은 "165㎝ 전후에서 성장이 멈춰 '제발 170㎝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부모가 많다"며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부터 사춘기 유무를 잘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성조숙증 예방에도 신경 써야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이 적기다.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고 6개월마다 사춘기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스마트폰 사용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아이들은 잠을 잘 때 키가 큰다.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수면 환경을 잘 조성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서 성장판을 적절히 자극하고 환경호르몬 노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