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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메모리 반도체 주가는 온갖 이유로 하락했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 지속 가능성, 중국 오픈 모델의 확산, 메모리 사이클의 고점 우려가 번갈아 주가를 눌렀습니다.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수주잔고 증가와 투자 의지를 확인시키고, 저가 모델이 오히려 토큰과 컴퓨팅 수요를 키우며, 장기계약이 메모리 사이클을 바꾸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펀더멘털보다 수급이 운전대를 잡은 시장에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메모리 주가를 무겁게 짓누른 것은 공급 과잉 우려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앞다퉈 증설에 나서고 중국 창신메모리(CXMT)까지 생산능력을 늘리면, 지금의 기록적인 가격과 마진이 오래가기 어렵다는 논리였습니다. "메모리 공급 20% 늘 때 수요는 200% 증가"테슬라·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정반대의 숫자를 내놨습니다. 머스크는 4일(미국 동부시간) 스페이스X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다시 한 번 "(AI의) 제약 요소는 메모리"라면서 공급 부족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메모리 생산량은 연간 약 20%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인 대규모 성숙 산업이라면 엄청나게 빠른 증가율”이라고 했습니다. 메모리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증설하고 있는 점을 우선 확인한 것이지요. (최근 미국에서 메모리 3사가 가격 인상을 위해 공급을 늘리지 않고 담합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에도 선을 그은 셈입니다.)
그러나 머스크는 “(문제는) 수요가 연 200%, 어쩌면 그 이상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합니다. 이어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다면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따라 가격은 하락하는 게 아니라 상승한다”고 했습니다. 공급이 늘어난다는 것보다, 수요와 공급 중 어느 쪽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지가 핵심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머스크가 올 초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를 모두 동원해 연 1TW 규모의 AI 칩을 자체 생산하는 초대형 반도체 공장 ‘테라팹’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도 공급 부족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최근 메모리주 조정의 핵심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아무리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고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AI 컴퓨팅 수요가 그보다 열 배 빠르게 늘어난다면, ‘증설 = 공급 과잉’이라는 공식을 주가에 적용하기엔 여전히 너무 이른 시점일 수 있습니다. 이미 업계에선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도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중국 업체들이 증설하는 물량은 국내 AI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모자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페이스X는 앞서 실적을 발표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스케일러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지출(CAPEX)을 더 늘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스페이스X는 3개월 간 약 184억달러를 들여 컴퓨팅 용량을 0.4GW 추가, 총 1.4GW까지 늘렸습니다. 그런데 머스크는 "올 연말까지 최소 2GW, 내년 말까지는 10GW에 가까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쏟아부을 CAPEX 투자금은 반도체, 전력, 광네트워크 등 AI 인프라 기업의 매출이 될 예정입니다.
돈 되는 AI, 더 커지는 CAPEX 투심이 나쁠 때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막대한 CAPEX도 AI 인프라에 악재처럼 해석됐습니다. 현금을 소진하고 비싼 빚까지 내며 데이터센터를 짓는 투자는 결국 지속 불가능할 것이란 의구심이었습니다.
그러나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드러난 숫자는 AI 수요와 투자수익률이 CAPEX 증가를 정당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매출 성장률은 1분기 39%에서 2분기 48%로 가속화됐고, 아마존웹서비스·구글클라우드·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수주잔고는 CAPEX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 수요에 대비해 ‘짓고 보자’는 게 아니라, 이미 확보한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용량을 늘리는 구조임이 다시 확인된 것입니다.
AI 투자수익률도 ‘초록불’입니다. 씨티가 집계한 하이퍼스케일러의 투하현금 대비 수익률(CROCI)은 CAPEX가 급증한 2분기에도 28%로 유지됐고, 합산 EBITDA 마진도 43%에 달했습니다. 수익성 개선에 따라 아마존은 서버 투자 회수 기간이 3년 미만으로 짧아졌다고 했고, 스페이스X는 1년 안에 신규 컴퓨팅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물론 20여년 간 ‘현금 부자’였던 빅테크는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8년까지 하이퍼스케일러의 잉여현금흐름 마진이 적자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봅니다. 그만큼 투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금흐름이 줄어든다는 사실과 투자의 경제성이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수주잔고와 AI 매출이 CAPEX보다 빠르게 늘어난다면, 현금은 고갈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미래 매출로 전환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씨티는 “빅테크의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조달비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관되게 높은 수익률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빅테크가 AI로 돈을 벌지 못해 결국 투자를 줄일 것’이라는 약세론의 논리는 적어도 이번 실적을 놓고 봤을 때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AI 클라우드의 수주잔고가 쌓이고 투자 회수 기간이 짧아질수록, 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한 GPU와 메모리, 전력과 광네트워크 수요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바깥으로 시야를 넓히면 이 논리는 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개별 기업과 정부들이 직접 AI를 구동하기 위한 모델과 데이터, 운영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소버린 AI' 도입이 확산되면 인프라 투자 주체는 지금보다 더 다양해질 것입니다. "메모리 호황 길다"...줄줄이 '매수' 외친 월가머스크의 말처럼 메모리 가격은 아직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만경제일보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제품 도소매 시장인 중국 선전 화창베이 시장에서 DRAM 가격은 4일 기준 일주일 만에 13~14% 급등했습니다. 화창베이는 현장의 공급 부족과 유통업체의 물량 확보 경쟁이 가장 먼저 가격에 반영되는 곳입니다. 메모리 3사의 생산 능력이 내년 물량까지 장기계약 고객 위주로 완판되자, 계약에서 밀린 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나서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월가도 일제히 메모리에 '매수' 의견을 냈습니다. 4일 SK하이닉스 ADR에 대한 커버리지를 시작한 로젠블랫은 목표가로 320달러, 캔터피츠제럴드는 300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50달러, 스티펠은 24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공통 논리는 역시 공급 부족입니다. AI가 HBM과 서버용 DRAM 수요는 빠르게 늘리는 반면, 클린룸과 장비 부족 때문에 공급은 2027년 이후에도 급격히 늘어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 본주에 대해서도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00만원, JP모건은 275만원을 제시했습니다. JP모건은 기존 300만원에서 하향했지만 ‘비중확대’ 의견은 유지했습니다. 이미 높아진 기대와 단기 변동성은 경계했지만, 메모리 호황이 더 오래 갈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견해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HSBC와 골드만삭스는 시장의 메모리 비관론이 과도하다고 주장합니다. 골드만삭스는 202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보다 각각 87%, 100%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최저가격 보장과 가격 밴드, 선수금과 구매 의무 조항까지 붙은 장기공급계약은 공급업체에 유리해 과거 메모리 사이클과는 다른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재고 역시 다운사이클을 말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봅니다. 골드만삭스가 추정한 메모리 제조사의 재고는 2~4주로, 정상 수준인 4~5주보다도 낮습니다. 과거 업황 하락이 시작될 때의 10주 이상과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시장 예상보다 더 큰 규모로 주주 환원을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했습니다.
물론 메모리 주가가 곧바로 직선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늘 먼 미래를 당겨오는 시장에서 주가는 펀더멘털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미 경험한 것처럼 산업의 공급 부족과 주가의 변동성은 얼마든지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머스크의 전망과 시장 가격 추세, 하이퍼스케일러의 수주잔고와 전문가들의 분석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습니다. 증설 발표는 많아졌지만, AI 수요가 기대애 못 미친다거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급락이 사이클의 끝인지, 과열을 식히는 조정인지 가르는 기준은 결국 메모리가 언제 AI의 병목에서 벗어나느냐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숫자만 놓고 보면 그 시점은 시장이 우려하는 것보다 더 멀리 있습니다.<section data-testid="conversation-turn-132" data-turn="assistant" data-turn-id="request-69ebc20e-9824-83ea-b384-b4f513bd1d28-11" data-turn-id-container="request-69ebc20e-9824-83ea-b384-b4f513bd1d28-11" dir="auto">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