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세종캠퍼스는 이규도 생명정보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방향성 나노 주름을 이용해 중기 염색체를 넓고 균일하게 펼칠 수 있는 분석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박인수 연세대 의공학부 교수 연구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UIUC) Rashid Bashir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염색체 도말은 세포에서 추출한 염색체를 기판 위에 펼치는 과정으로, 핵형분석과 형광 제자리 혼성화 등 세포유전학 분석의 정확도를 좌우하는 핵심 전처리 단계다.
기존의 유리나 운모 등 평탄한 기판에서는 염색체가 좁은 영역에 뭉치거나 서로 겹치고, 자매 염색분체가 충분히 분리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액적의 충돌과 건조 조건, 실험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 편차가 나타나 분석의 정확도와 재현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폴리디메틸실록산을 한 방향으로 늘린 상태에서 산소 플라스마를 처리한 뒤 변형을 해제하는 방식으로 방향성 나노 주름 기판을 제작했다.
기판에는 깊이 약 10∼20nm, 주기 약 300∼500nm의 나노 주름이 형성됐다.
연구 결과 평탄한 기판에서는 고정액 액적이 방사형으로 퍼진 데 비해 나노 주름 기판에서는 액적의 운동량이 주름 방향을 따라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되면서 염색체가 더 넓게 분산됐다.
연구팀은 고속 카메라 촬영과 COMSOL 기반 유동·입자 추적 해석을 통해 나노 주름 표면에서 액적이 비대칭적으로 확장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주름과 평행한 방향에서는 유체의 운동량이 오래 유지되고, 수직 방향에서는 빠르게 감소해 액적 내부 염색체의 이동과 최종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험 결과 나노 주름 PDMS 기판에서는 유리, 운모, 평탄한 PDMS보다 염색체가 차지하는 전체 면적과 분산 반경이 커졌다.
특히 염색체가 주름 방향을 따라 더 멀리 퍼져, 나노 주름이 액적 유동과 염색체의 최종 배치를 함께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구조 기판을 단순한 지지체가 아니라 액적의 이동과 염색체의 분산·흡착 형태를 조절하는 기능성 인터페이스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개발한 기술은 염색체의 겹침을 줄이고 자매 염색분체의 분리를 향상해 핵형분석, 형광 기반 염색체 분석, 고해상도 표면 분석 및 자동 영상처리를 위한 시료 전처리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향후 다양한 세포 유형과 실제 세포유전학 분석 과정에 적용하면 염색체 표본 제작의 정확도와 재현성을 높이는 기반 기술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지난달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Nano’(IF 17.3, JCR 상위 7%) 온라인에 게재됐다.
세종=임호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