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하던 게 35만원, 팔수록 손해" 날벼락…눈물의 복날 [프라이스&]

입력 2026-08-05 10:50
수정 2026-08-05 15:01

지난 2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의 한 흑염소 농장. 축사에는 출하를 앞둔 염소를 포함해 100여 마리가 들어서 있었다. 농장주 이모씨는 1년간 키운 50㎏짜리 거세 염소를 팔아도 손에 쥐는 돈이 약 35만원이라고 했다. 건초와 배합사료 비용만 마리당 35만원가량 들어 사실상 1년 농사가 헛수고가 된 셈이다.

이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같은 크기의 염소가 100만원대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당 6500~7000원에 불과하다”며 “도축비 10만원, 발골비 6만원, 운임비 3만원과 인건비를 더하면 소비자에게는 70만원 안팎에 판매되는데 정작 농가만 손실을 떠안는다”고 말했다.

말복(8월 14일)을 앞둔 보양식 성수기에도 국산 흑염소 가격이 2년 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내년 2월 개 식용 전면 금지를 앞두고 한때 흑염소가 대체 보양식으로 떠오르자 마리당 200만원에 육박하면서 농가들이 사육을 늘렸지만, 늘어난 수요의 상당 부분을 값싼 수입산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50㎏ 염소값 91만원→34만원5일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염소 생축 평균 거래가격은 ㎏당 6719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1만1055원보다 39.2%, 2024년 7월 1만8279원보다는 63.2% 떨어졌다. 2년 전 약 91만원이던 50㎏짜리 염소값이 단순 계산으로 34만원까지 내려간 것이다.

통상 염소 가격은 초복·중복·말복을 앞둔 여름철에 오른다. 올해도 지난 6월 ㎏당 6193원에서 지난달 6719원으로 8.5% 반등했지만, 여전히 2018년 ‘염소 파동’ 당시 가격대에 근접한 수준이다. 올 1~7월 평균 가격은 ㎏당 7015원으로 2024년 연평균 가격(1만8288원)의 38%에 그쳤다. 2023년 ㎏당 2만원을 웃돌던 가격이 3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염소 생축 생산비는 ㎏당 약 1만2000원이다. 현재 시세는 생산비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염소는 출하까지 통상 12~15개월이 걸려 가격이 떨어져도 농가가 단기간에 공급을 줄이기 어렵다. '무관세 호주산' 5년 새 9배 들여와가격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입 염소고기 증가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입량은 2020년 1161t에서 지난해 1만760t으로 5년 만에 9.3배로 늘었다. 연간 수입량이 1만t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정식 수입 물량은 전량 호주산이었다.

호주산 염소고기는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23년부터 관세가 완전히 철폐됐다. 국산의 절반 안팎인 가격에 냉동 상태로 규격화해 대량 공급할 수 있어 외식업체와 식자재 유통업체가 사용을 늘렸다. 국내 자급률은 2019년 77.3%에서 2023년 37.7%로 떨어졌다.

국내 도축 기반은 오히려 위축됐다. 전국 양·염소 도축검사 실적은 2021년 14만8222마리에서 지난해 11만5233마리로 22.3% 감소했다. 올해는 5월까지 5만1935마리에 그쳤다. 농가별 사육 규모가 작고 품질과 출하 중량이 일정하지 않은 점도 기업형 유통업체가 수입산을 선호하는 이유다.

유통 판매는 느는데 농가만 울상산지 가격과 달리 유통시장의 염소고기 수요는 늘고 있다. 동원홈푸드의 축산 도매 온라인몰 금천미트에서 지난해 수입 염소고기·양고기 매출은 전년보다 약 40%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20% 늘었다. 다만 해당 수치는 염소고기와 양고기를 합산한 실적이다.

외식 프랜차이즈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본아이에프는 지난해 1월 ‘본흑염소능이삼계탕’ 1호점을 연 뒤 매장을 6개로 늘렸다. 잡내 제거와 고온 살균 기술이 발달하면서 흑염소탕도 전문점 메뉴를 넘어 가정간편식으로 판매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문제는 소비시장의 성장분이 국내 농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 식용 종식을 앞두고 흑염소 수요는 늘었지만 가격과 공급 안정성을 갖춘 수입산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생축 가격이 폭락해도 도축·가공비와 인건비, 임차료는 그대로여서 흑염소탕 한 그릇 가격도 여전히 1만5000~2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가 줄어 가격이 떨어진 게 아니라 커진 시장을 수입산이 선점하면서 국내산 가격만 무너진 것”이라며 “국내산 품질 규격화와 공동 도축·가공시설 확충, 원산지 표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