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고전이 다시 베스트셀러…영화가 깨운 '오디세이아'

입력 2026-08-05 11:38


3000년 전 쓰인 고전이 다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영화 '오디세이'가 5일 국내 개봉하면서 원작인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가 다시 독자들을 부르고 있다. 출판계는 원전 재번역은 물론 어린이용 교양서, 그래픽노블, 해설서까지 다양한 형식의 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오디세이아 다시 읽기' 열풍에 가세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오디세이아 관련 신간이 13종 쏟아졌다. 제목에 '오디세이'가 들어간 책의 7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5.5% 급증했고, 일부 도서관에서는 대출 예약이 밀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영화 한 편이 3000년 된 고전을 다시 서점가의 주인공으로 만든 셈이다.

'오디세이아'가 지금도 읽히는 이유는 영화 때문만이 아니다. 이 작품은 서양 문학과 예술, 철학의 밑바탕이 된 이야기이자 '집으로 돌아간다'는 인간 보편의 서사를 처음 완성한 작품이다. 성경이 서구 정신사의 한 축이라면 '오디세이아'는 서구 문학사의 또 다른 축으로 꼽힌다.

'오디세이아'를 이해하려면 먼저 짝을 이루는 작품인 '일리아스'를 함께 떠올릴 필요가 있다. 두 작품 모두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전해지며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시선은 다르다. '일리아스'가 전쟁과 영웅의 명예, 분노를 노래한 이야기라면 '오디세이아'는 전쟁이 끝난 뒤 살아남은 영웅이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전쟁의 승리보다 전쟁 이후의 삶, 귀향과 가족, 인간의 회복이 중심 주제다.

주인공 오디세우스 역시 흔히 생각하는 영웅과는 다르다. 그는 아킬레우스처럼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인물이 아니다. 트로이 목마 계략을 고안한 전략가이자 어떤 위기에서도 기지와 인내로 살아남는 인물이다. 그래서 '오디세이아'는 힘보다 지혜, 정복보다 생존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읽힌다. 이후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비롯한 수많은 현대 문학이 오디세우스를 '방황하는 인간'의 원형으로 차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은 인물도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다.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그의 여정은 또 하나의 성장담이다.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소년이 성인으로 나아가는 그의 이야기는 훗날 성장소설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아내 페넬로페는 20년 동안 남편을 기다리는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단순히 정절의 상징만은 아니다. 낮에는 수의를 짜고 밤에는 다시 풀어버리는 계략으로 구혼자들을 속이며 왕국을 지켜낸 정치적 감각과 지혜의 소유자다.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존재는 세이렌이다. 아름다운 노래로 항해자를 유혹해 파멸시키는 존재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고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 세이렌의 노래를 듣되 유혹에는 굴복하지 않는다. 오늘날 '세이렌의 노래'가 치명적인 유혹의 비유로 쓰이는 것도 이 장면에서 비롯됐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에게 영원한 젊음과 불사의 삶을 제안하는 여신이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불멸보다 고향 이타카와 인간으로서의 삶을 택한다. '오디세이아'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선택이다. 인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삶과 귀향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인간을 돼지로 만드는 마녀 키르케,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 오디세우스를 끝까지 돕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 등 수많은 신과 괴물, 영웅이 등장한다. 이들은 이후 르네상스 미술부터 현대 영화와 게임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화 전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원형이 됐다.




처음 '오디세이아'를 접하는 독자라면 원전부터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야기의 큰 줄기를 먼저 알고 싶다면 <오디세이아를 한 번도 안 읽어 볼 수는 없잖아>, <한 권으로 읽는 오디세이아> 같은 입문서가 부담이 적다. 핵심 장면과 인물 관계를 쉽게 풀어 영화를 먼저 본 독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원전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번역본을 고르면 된다. 국내에는 천병희·김기영·김헌·이준석·박문재 등 번역가별 판본이 두루 나와 있어 문체와 주석의 성격을 비교하며 선택할 수 있다.

작품을 더 풍부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최근 출간된 <오뒷세이아, 어떻게 읽을 것인가>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결정적인 장면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명화와 인문학적 해설, 신화의 숨은 이야기를 더해 원전의 맥락과 상징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강대진의 <영웅의 귀환 오뒷세이아>도 좋은 길잡이다. '오디세이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짝을 이루는 서사시 '일리아스'를 함께 읽는 것도 좋다. 트로이 전쟁의 배경과 영웅들의 관계가 한층 선명하게 다가오고, 오디세우스의 귀향이 왜 서양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여정으로 평가받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