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남반도체 성패 가를 전력…탄소중립에 갇혀선 안돼

입력 2026-08-04 17:41
수정 2026-08-05 06:31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어제 반도체 공정용 스팀(열) 공급에 한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탄소중립 원칙을 앞세우다가 자칫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한 다행스러운 정책 전환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예외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군 이후 최대인 4700조원(장기 투자 포함)이 투입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 축이다.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 열쇠인 안정적 전력 공급을 놓고 산업계와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우려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들어설 전공정 팹 4기에 필요한 전력은 6.3기가와트(GW)로, 대형 원전 5기와 맞먹는 규모다. 문제는 전력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반도체 공정은 단 한번의 순간적인 전압 강하도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산업이다. 한순간의 정전만으로도 라인 전체가 멈춘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호남 반도체 전력 공급의 핵심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다. 그러나 원전은 출력 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고,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출력 변동성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조할 예비 전력으로 LNG 열병합발전소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이런 한계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높은 수준으로 설정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다.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탄소 감축 목표에 무게중심이 쏠려 산업 현장의 요구가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AI 혁명 시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산업이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패권을 놓고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얽매여 경쟁력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세금과 기업의 막대한 투자금이 투입되는 3대 메가프로젝트는 정치 구호나 장밋빛 기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한 정부라면 이념보다 현실, 허울뿐인 구호보다 국가 전략산업의 초격차 유지를 최우선에 두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