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좋은 감독, 좋은 대통령

입력 2026-08-04 17:36
수정 2026-08-05 00:30
팀 스포츠에선 한 번에 뛰는 선수가 많을수록 감독의 비중이 커진다. 5명이 뛰는 농구보다 11명이 뛰는 축구에서 감독의 존재감이 훨씬 큰 이유는 단순하다. 선수가 많아질수록 관리해야 할 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홍명보호를 보며 감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감독은 단순히 전술을 짜는 사람이 아니다. 주전과 후보, 스타와 조연이 각자의 역할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개인의 목표를 팀의 목표와 일치시키는 사람이 감독이다. 팀의 승리보다 사적인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운영 방식으로는 메시나 호날두 같은 선수가 있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축구도, 국가도 팀이다국가 경영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호는 5000만 명이 참여하는 거대한 팀이다. 국가 지도자의 임무는 다양한 국민을 하나의 생각으로 통일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각자가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국가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제도와 규칙을 설계하는 것이다. 개인의 성공이 국가의 성공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국가 운영이 특정 세력이나 지도자 개인에게 유리하게 이뤄진다는 의심이 생기면 국민은 공동의 목표보다 자신의 생존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규칙과 기준이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고 느끼는 순간 공동체는 하나의 팀이 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하락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 1년 가까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60% 안팎을 유지했다. 대선 득표율(49.42%)을 웃도는 지지율이 나온 것은 ‘먹사니즘’으로 대표되는 실용주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호불호와 별개로 국정 운영 방향에 공감하는 국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이 50% 안팎까지 내려왔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과 개인 주택 매각 과정에서의 근저당권 설정이 국민의 신뢰를 흔든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신뢰 없인 이길 수 없어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이 대통령도 완전 폐지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밝혔지만 결국 공을 여당에 넘겼다. 이는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우선한 것 아니냐는 인식을 낳았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다른 정책까지 진정성을 의심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주택 매각 과정도 마찬가지다. 매수인을 채무자로 하는 근저당권 설정 자체는 불법이 아니며 일부 부동산 거래에서 활용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일반 국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요구받는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거래 방식을 굳이 선택해야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홍명보 감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했다.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 역시 대한민국의 성공을 바란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4년이나 남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개인적 이해관계로 비칠 수 있는 논란에서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신뢰를 잃은 감독은 전술로 이길 수 없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