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뛰고, 공급 절벽…은행 전세대출 급감

입력 2026-08-04 17:27
수정 2026-08-05 01:25
은행권 전세대출이 급감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로 전세가 씨가 마른 데다 전세대출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어서 전세대출 감소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거래 절벽에 전세대출 줄어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전세대출 잔액은 120조569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1조146억원 줄었다. 2024년 3월(-1조7877억원) 후 28개월 만에 가장 큰 월별 감소폭이다.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 12월(122조6498억원) 이후 8개월째 줄고 있다.


전세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428건으로 지난 1월(1만2374건) 대비 39.9% 줄었다. 지난 3월부터 5개월째 하향세다.

전세대출 금리 상승도 대출 수요가 줄어든 요인으로 꼽힌다.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최고금리(2년 고정형)는 올 1월 말에 연 5.88% 수준이었나 지난 3일 기준으로 연 6.61%까지 0.73%포인트 올랐다.

시중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617조9411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7124억원 늘었다. 지난해 8월 월별 증가 폭(3조7012억원) 이후 11개월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주담대 잔액이 증가한 것은 최근 계약된 주택 매매 거래의 잔금대출이 시차를 두고 실행된 영향이 크다. 정부가 5월 9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다시 중과하기로 하면서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주택 거래가 일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는 지난 3월 5516건에서 4월 8652건, 5월 8934건으로 늘었다. 다만 정부는 지난 3일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다시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월세 증가로 신용대출 늘어나나정부는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제한과 보증비율 축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세대출은 차주가 은행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를 비롯한 보증기관이 대출금의 일정 비율을 보증해준다. 현행 보증 비율은 비수도권 90%, 수도권 및 규제지역은 80%다.

은행권은 규제 강화로 전세대출 감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계대출 중 전세대출이 차지하는 비중(5대 시중은행 합산)은 2024년 1월 17.3%에서 지난달 15.4%로 떨어졌다.

은행들은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면 전세대출 대신 신용대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별 월세 부담이 늘어 생활자금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커서다. 서울 월세 비용은 가파르게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59만2000원으로 작년 6월(142만2000원)보다 17만원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연체율이 낮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꼽힌다”며 “전세대출보다 연체율이 높은 신용대출이 늘어나면 은행의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