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닝브랜즈그룹의 치킨 브랜드 bhc가 강남역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국내 치킨 시장이 출점 경쟁의 한계에 이르자 배달 중심 브랜드를 하루 중 여러 번 찾는 외식 브랜드로 바꾸려는 실험이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은 4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1~3층 규모의 ‘bhc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역점’을 정식 개장했다. 회사가 내세운 콘셉트는 ‘올데이 치킨’이다. 저녁 치맥에 집중됐던 치킨 소비 시간을 점심부터 야식까지 넓히겠다는 뜻이다. 층마다 이용 시간과 고객층, 메뉴를 다르게 구성했다.
1층은 강남역 직장인과 유동 인구를 겨냥한 간편식 공간이다. 치킨과 사이드 메뉴 등을 한 상자에 담은 박스 메뉴를 판매하고 포장 주문도 받는다. 2층에서는 커스터마이징 치킨 ‘크리스픽(PICK)’을 선보인다. 고객이 닭 부위와 맛, 튀김 방식, 크기, 시즈닝, 디핑소스 등을 직접 골라 자신만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 3층은 치킨을 한국식 외식 문화로 경험하려는 단체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다. 치킨 플래터와 함께 국물 떡볶이, 얼큰 어묵탕, 골뱅이무침, 닭목살 튀김 등 주류와 곁들이는 K푸드 안주를 판매한다.
점심에는 한 끼 식사, 저녁에는 모임, 밤에는 치맥과 야식을 즐기는 방식으로 같은 치킨을 시간대별로 다르게 팔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실험의 배경에는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치킨 시장이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전국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은 3만1397개로 전년보다 5.3% 증가했다. 하지만 점포당 연평균 매출은 2억7960만원으로 1.9% 늘어나는 데 그쳤고, 전체 종사자 수는 오히려 2.4% 감소했다. 매장은 늘었지만 점포 한 곳이 나눠 갖는 성장의 몫은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경쟁사 플래그십 스토어의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 이태원의 교촌치킨 플래그십 ‘교촌필방’은 방문객의 약 80%가 외국인이고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굽네치킨이 서울 홍대에서 운영하는 ‘굽네 플레이타운’은 2023년 개장 이후 누적 방문객 37만명을 넘어섰다. BBQ 역시 올 1분기 명동·홍대 등 주요 관광 상권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4.4% 증가했다. 배달로 주문하던 치킨 브랜드가 일부러 찾아가 경험하는 관광·외식 콘텐츠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강남점에서 실험하는 박스 메뉴와 크리스픽, 플래터, 조리 자동화 모델이 일반 가맹점과 해외 매장으로 얼마나 확산하느냐다. 강남의 대형 직영점에 머물면 브랜드 홍보 공간에 그치지만, 매장 전용 메뉴와 운영 방식이 2200여 개 가맹점에 이식되면 bhc의 수익 구조를 ‘저녁 한 마리 배달’에서 ‘하루 여러 번 찾는 외식’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