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 책도 나오나요?"…출판계 '각본집' 열풍

입력 2026-08-04 14:15
수정 2026-08-04 14:21


관람객 수 4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호프’가 출판계에 화제다. 작품을 둘러싼 여러 해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홍진 감독이 쓴 각본이 책으로 나오면 상당한 인기를 끌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서점가에서 각본집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 이런 기대감에 불을 지핀다. 지난 3일 기준 예스24의 종합 일간 베스트셀러 1위는 곽재용 감독이 쓴 <클래식 각본집>이다. 2003년 개봉한 영화 ‘클래식’의 각본을 23년 만에 책으로 엮었다.

출간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각본집도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각본집이다. 오는 19일 정식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 서점가에 따르면 예약판매에 적지 않은 주문이 몰리고 있다.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대본집 세트도 인기몰이 중이다.

실제 판매 수치에서도 각본집의 인기가 확인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7월 말까지 각본집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5.5% 증가했다. 판매 증가를 이끈 것은 올해 최대 흥행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각본집이다. 지난 3월 말 출간 직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이후에도 한동안 상위권을 지켰다.

독자들이 각본집을 앞다퉈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판계에선 우선 ‘팬심’이 작용한다고 본다.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영상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책으로도 간직하려는 수요다. 출판사들이 각본을 싣는 데 그치지 않고 출연진 사진이나 작가·배우 인터뷰 등을 넣는 것도 이런 팬층을 겨냥한 것이다.

완성된 영상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는 분석이다. 각본집에는 실제 촬영에 사용된 최종 각본 전문이 실리는 경우가 많아, 영화와 달라진 대사와 장면을 비교해볼 수 있다. 배우의 연기로 표현된 인물의 표정과 감정도 각본의 지문을 통해 애초 어떻게 설정됐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작품을 더 깊게 해석하려는 욕구도 각본집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영화를 본 뒤 대사와 지문을 다시 읽으며 장면의 의미를 곱씹고, 자신이 놓친 부분이나 새로운 해석의 단서를 찾는 식이다. ‘자신만의 해석’이 쏟아지는 영화 ‘호프’의 각본집이 나올지 관심이 몰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각본을 직접 쓰는 것으로도 유명한 나홍진 감독의 각본집은 아직 출간된 적이 없다”면서도 “‘혹시나’ 싶어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본집 출간 자체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출간된 각본·대본집은 78종으로 지난해 연간 53종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오디세이’처럼 영화 개봉과 비슷한 시기에 각본집을 내놓거나 ‘클래식’처럼 오래전 개봉한 작품의 각본을 뒤늦게 단행본으로 펴내는 등 출간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확실한 팬덤이 있고 소장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책은 바로 구매하는 독자들이 많아 출판사들도 각본집 발간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