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기 설치가 목적 아냐"…전문가가 밝힌 진짜 해법은

입력 2026-08-04 13:00
수정 2026-08-04 13:03

공중화장실에 불법촬영 탐지시스템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관련 설비 도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탐지 방식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범죄 유형이 크게 다른 만큼 장비 성능뿐 아니라 운영·관리 체계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23일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탐지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공중화장실에 불법촬영 탐지시스템을 설치하고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범죄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비상벨 등 안전관리시설'을 설치하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비상벨 및 불법촬영 탐지시스템 등 안전관리시설'로 설치 대상이 확대된다.

2024년 검찰청의 전국 불법촬영 사건 판결문 분석 결과를 보면 공중화장실 불법촬영의 76%는 범행자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휴대전화 등으로 이용자를 촬영하는 '침입형'이었다. 초소형·위장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하는 '설치형'은 18%를 차지했다. 두 유형이 전체의 94%에 달한다.

침입형은 범행자가 옆 칸 등에 들어가 칸막이 위로 휴대전화를 내밀어 촬영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촬영 장비를 미리 설치하는 방식이 아닌 만큼 카메라 설치 여부만 탐지하는 시스템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침입형 범죄를 막으려면 칸막이 상단을 통한 촬영 시도 등 이용자 주변에서 발생하는 이상 행위까지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탐지 성능뿐 아니라 운영·관리 체계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탐지 과정에서 이용자의 영상이나 음성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아야 하고,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관리자에게 즉시 전달돼 후속 조치로 이어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실 칸별·시간대별 이용률과 장시간 점유 현황, 이상 징후 발생 및 조치 이력 등 운영 데이터를 제공하는지도 주요 평가 요소로 꼽힌다. 이 같은 정보는 취약 시간대 순찰과 청소·관리 인력 배치, 시설 개선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 업체인 지슨 관계자는 "장비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공중화장실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침입형과 설치형 범죄를 모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시스템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