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옆 건물에 지그재그가 대형 홍보 현수막을 내걸었다. 무신사의 '안방' 격인 성수동에서 한 브랜드와 팝업스토어 행사를 벌이는 지그재그가 무신사를 '도발'한 셈이었다. 오프라인에서 시작된 전쟁은 온라인상으로 번졌다. 마치 힙합 디스전을 방불케 하는 싸움이었지만, 양사 모두 선을 넘지는 않으면서 '역대급' 매출을 거뒀다는 후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 커머스 시장을 대표하는 두 플랫폼은 올 여름 서로를 겨냥해 각각 '무쉰사'와 '지긁재긁'이라고 디스전을 펼치면서 오히려 양강 체제를 굳히고, 홍보 효과와 매출까지 얻으며 결과적으로 '윈윈(win-win) 게임'이 됐다.
무신사는 남성 패션을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브랜드 패션 플랫폼으로서 종합 편집숍 위상을 구축해온 반면, 지그재그는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여성 패션 중심의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으로 인공지능(AI) 개인화 추천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매출 규모로만 따지면 무신사(지난해 기준 1조4679억원)가 지그재그(2192억원)의 6~7배에 달하지만 지그재그 역시 AI 개인화 추천과 카카오 생태계 시너지를 바탕으로 여성 패션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플랫폼이다.
쿠폰코드명 '무쉰사 vs 지긁재긁'무신사는 지그재그의 현수막이 걸린 이튿날인 6월18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지그재그? 돌아가는 사람들 얘기고, 무신사는 똑바로 직진한다"는 문구가 담긴 AI 생성 이미지를 게재했다. 그러면서 지그재그 공식 계정을 해시태그로 덧붙이며 "나와"라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자 지그재그도 공식 SNS 계정으로 "이거 때문에 야근합니다. 기다리세요"라고 댓글을 달며 응수했고, 이후 양사의 유쾌한 쿠폰 전쟁이 펼쳐졌다.
야근했다던 지그재그 측이 내놓은 '쿠폰코드명'은 '무쉰사'. 지그재그 측은 "숙녀들은 무신사 말고 지그재그랑 해"라며 할인 쿠폰을 발급했다. 쿠폰 입력창에 '무쉰사'를 입력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무신사도 "지그재그가 살짝 긁힌 것 같다"며 '지긁재긁' 할인 쿠폰을 발급하며 응수했다.
이들의 유쾌한 공방은 다른 기업들의 SNS까지 댓글 참여를 유도할 만큼 온라인에서 폭발적 바이럴 효과를 얻었다.
당근은 "다들 싸우시고, 사이즈 안 맞으면 당근하세요"라고 했다. 카카오페이는 "사이좋게 결제는 카카오페이로"라고 알렸다. 알바몬까지 "쿠폰 써야 하는데 돈 없을 땐 알바몬"이라고 했다. 기저귀 브랜드인 하기스까지 나서 "둘 싸움에 (지려서) 담당자 자사 제품 입었습니다. 강력한 흡수력으로 하루 종일 보송해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입소문 타고 모두가 승리한 디스전쟁자칫 과도한 신경전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었던 경쟁 플랫폼들의 디스전이지만 무신사, 지그재그 모두 선을 넘지 않는 유머와 위트로 온라인 '밈'이 된 셈이다. 이처럼 유머가 결합된 디스 마케팅은 단순 광고에 비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쉽고 자발적 공유 가능성도 크다. 일종의 약속대련처럼 무신사와 지그재그가 유쾌한 디스전을 벌이며 소비자 사이에서도 화제성을 높인 셈이다.
이 기간 매출 효과에 대해 무신사와 지그재그 모두 "당시 대대적 여름 세일 기간이다. 단순히 디스전만으로 유입된 고객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매년 이뤄진 정기 할인 행사지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 폭발적인 매출과 바이럴 효과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지그재그는 연간 4회, 매 분기 '직잭팟'이라는 이름으로 최대 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특히 여름과 겨울에 진행하는 직잭팟은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올해는 6월15~29일 보름간 진행됐다. 무신사와의 디스전 기간과 겹쳐 효과가 더 커졌다.
지그재그 측은 "올해 여름 직잭팟 매출은 직전 월 대비 46%, 전년 동일 행사 대비 24% 증가했다"며 "전년 동일 행사 대비 구매자 수도 14% 늘었다"고 전했다.
무신사의 경우 여름과 겨울 '무진장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대형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는데, 역시 지그재그와의 디스전과 세일 기간이 겹쳤다. 무신사 측은 "올해 여름 무진장 프라이데이 거래액은 2830억원"이라며 "해당 프로모션이 처음 진행된 2022년 대비 5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