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거대한 고기압성 열돔 현상에 갇혔다. 북미 서부와 유럽 전역이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 대형 산불의 삼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州)를 포함한 북서부 지역부터 서남부 사막 지대에 이르는 광범위한 구역이 상공에 뜨거운 공기를 머금는 고기압성 열돔에 갇혔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전날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낮 최고 기온이 46.7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72년 8월 1일의 역대 최고 기온과 맞먹는 기록이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46.1도)와 캘리포니아주 엘센트로(47.8도)의 기온도 집계 이후 최고치에 육박했다.
몬태나주의 그레이트폴스와 헬레나는 각각 40도와 38.9도를 기록해 하루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워싱턴주 제2 도시인 스포캔 인근에서는 폭염으로 최소 3개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21.2㎢ 면적을 태웠다. 이 때문에 주택과 상가 등 건물 600채가 파손되고 5,000여 가구에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은 국가 전력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헝가리 유일의 팍스 원자력발전소가 1982년 상업 운전 개시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셧다운(가동 중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원자로를 안전하게 식혀줄 핵심 냉각수원인 다뉴브강의 수량이 급감하면서 원자력 안전 규제 기준을 충족할 수 없게 됐다.
헝가리 정부는 국가 비상 전력 수급 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산업계 전력 사용량 강제 감축 및 철도 화물 운행 일시 중단 등 사실상 준전시 상황에 버금가는 고강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인접국 루마니아의 체르나보다 원전 역시 유량 감소로 발전 용량을 대폭 축소하거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서유럽과 남유럽 일대에서 산불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및 지롱드 지역 등지에서는 건조한 대기 속 강풍을 타고 번진 불길이 파리 시내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삼림과 초지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인근 주민과 관광객 20만 명 넘는 인원이 긴급 대피했으며, 프랑스 당국은 소방헬기와 군 병력까지 총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지난주 본격화한 그리스 대형 산불은 여전히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1일에는 최고 시속 130㎞에 달하는 강풍을 탄 불길이 아테네에 가까운 베니자 마을까지 도달해 약 200채의 주택을 태웠다. 불길은 이튿날 아테네를 포함한 아티카 서부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해 아테네에서 약 30㎞ 거리인 메가라 외곽 주거지역과 공업지대를 위협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유럽의 산불 피해액이 30억유로를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올해 화재 시즌 첫 두 달간 이런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는 유럽연합(EU) 전체의 연간 평균 피해액 25억유로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