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 가구 증세…5년간 종부세 9兆 더 걷는다

입력 2026-08-03 18:00
수정 2026-08-10 14:46
이재명 정부가 ‘최후의 수단’이라던 부동산 증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게 지금보다 두 배에서 다섯 배에 이르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물리기로 했다. 부동산 세제를 합리화한다는 취지지만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올리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매물 잠김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3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2026년 세제 개편안’을 확정했다. 핵심은 부동산세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보유세 강화 방침에 맞춰 종부세를 대폭 인상한다. 정부는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종부세 세율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으로 바꾸기로 했다. 세율은 2028년부터 0.5~5%로 단순화한다. 종부세 과세표준 7개 구간 중 5개 구간의 세율이 올라간다.

이에 따라 공시가 21억원(시가 약 30억원)이 넘는 약 16만8000가구(호)의 종부세가 늘어난다. 전국 상위 1.1%, 서울 상위 5.8% 가구에 해당한다. 공시가 35억원(시가 약 50억원)부터는 세 부담이 최대 다섯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강남·서초구 전용면적 84㎡ 이상 아파트, 용산구 고가 단지 등 약 3만 가구(전국 0.2%, 서울 1.1%)가 대상이다.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의 양도세도 크게 올린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명칭을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변경하고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해 비거주 주택 세 부담을 늘린다. 거주에 따른 공제를 받더라도 초고가 아파트는 양도세 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2028년 20억원, 2029년엔 10억원의 공제 한도를 신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세 중과를 내년부터 2년간 한시 완화해 ‘퇴로’를 열어준다. 2029년부터는 중과세율을 원래대로 높이는 만큼 결국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올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내년 종부세가 올해보다 8000억원가량 더 걷힐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내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누적 기준으로는 약 9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태양광 등 6대 분야에 대해 국내에서 생산·판매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방안도 이번 개편안에 담았다. 주차장 등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배제하는 한편 제3자 사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과세특례를 신설한다. ‘주가 누르기’에 해당하는 상장주식은 평가 방법을 바꿔 과세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