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신규 성장 동력 확보 수요와 바이오 기업의 주가 부진이 맞물린 영향이다. 국내에선 제조 대기업이 경영권을 인수해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는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M&A 사상 최대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와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현재 합병을 논의 중이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각각 2640억달러(약 380조원), 1330억달러에 이른다. 합병이 성사되면 로슈(3500억달러)와 미국 머크(MSD·3200억달러)를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4위권 제약그룹이 탄생한다.
올해 들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M&A 거래 규모는 이미 작년 실적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10억달러 이상 대형 거래만 38건으로 지난해 연간 35건을 웃돈다. 금액 기준으로는 210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시장 조사업체들은 추정한다. 후기 임상·상업화 자산을 사들이는 거래도 증가 추세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기술수출 규모는 약 13조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인 지난해 상반기 12조원을 넘어섰다.
미국 빅파마 일라이릴리가 가장 적극적이다.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판매 급증으로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일라이릴리는 올해 바이오 기업 9곳을 잇달아 인수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항암신약 개발사 누발런트를 106억달러에, 애브비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개발사 아포지테라퓨틱스를 109억달러에 인수했다.
글로벌 M&A 활성화의 주요 동력으로는 블록버스터 신약의 특허절벽(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급감)이 꼽힌다. 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항응고제 ‘엘리퀴스’는 2028년 미국 독점권 상실을 앞두고 있다. 각각 연 매출이 100억달러를 웃도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애브비의 류머티즘 치료제 ‘휴미라’는 최근 미국 독점권 상실로 지난해 미국 매출이 57% 급감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티비케이’의 특허 만료(2028~2030년)를 앞두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 규모는 2030년까지 약 2000억달러, 원화로 280조원을 웃돈다. 천지웅 우리벤처파트너스 상무는 “특허절벽 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나 혁신신약을 도입하려는 글로벌 M&A가 지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 거래도 활발국내 기업 M&A에도 탄력이 붙었다.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역대 최대 규모다. 항체의약품과 항체약물접합체(ADC), 메신저리보핵산(mRNA)에 이어 펩타이드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유럽·미국·인도 생산거점과 기존 수주계약을 한꺼번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00억원 이상 대규모 M&A는 모두 6건으로 지난해 2건에서 대폭 증가했다. ‘오리온의 2024년 리가켐바이오 인수’와 닮은 제조업체의 바이오 사업 진출 거래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TKG그룹의 에이프릴바이오 인수가 대표적이다. 화학 계열사인 TKG휴켐스는 IMM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3468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에이프릴바이오 경영권을 확보했다. 앞서 화학·섬유기업 태광산업도 유암코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회생절차를 밟던 동성제약을 총 16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대금 1400억원과 경영정상화 자금 200억원을 투입해 기존 화학·섬유 중심인 사업구조를 뷰티·헬스케어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고금리 장기화와 수급 악화로 크게 떨어져 인수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현금을 보유한 대형 제약사는 물론 일반 제조업체도 여러 후보군을 두고 검토를 해볼 만큼 M&A 적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