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활기유 '뜻밖의 호황'…정유사, 2분기 실적 개선

입력 2026-08-03 17:46
수정 2026-08-04 00:47
올해 2분기 국내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이끈 일등 공신은 휘발유와 경유가 아니라 윤활기유였다. 중동발 공급 차질로 윤활기유 수출이 크게 늘며 정유사가 모처럼 실적 개선을 이뤘다.

에쓰오일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965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고 3일 밝혔다. 매출은 11조34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9% 늘었다. 이 중 윤활기유 부문이 매출 1조3017억원, 영업이익 4770억원으로 가장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윤활기유는 엔진오일과 산업용 윤활유 등의 원료다. 한국투자증권은 에쓰오일의 올해 윤활기유 사업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윤활기유 부문 수익성이 개선된 건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영향이 크다. 전 세계 그룹3 윤활기유 공급량의 약 20~30%를 책임지는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펄 GTL’ 설비가 전쟁 피해로 가동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그룹3 윤활기유는 고성능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카 등에 쓰이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중동 지역 설비 피해로 글로벌 공급이 줄어들자 한국산 프리미엄 윤활기유 수요가 급증했다. 최근 집계된 6월 기준 윤활기유 수출액은 7억879만달러(약 1조31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8% 증가했다. 국내 정유사의 윤활기유 수출 호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해동 에쓰오일 IR팀장은 “중동발 생산·물류 차질로 그룹3 중심의 윤활기유 공급 부족이 길게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윤활기유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 가격 차)는 올 1분기 배럴당 49.6달러에서 2분기 139.7달러로 2.8배 급등했다.

다른 정유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프리미엄 윤활기유 시장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SK엔무브는 2분기 영업이익이 69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4.4% 증가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2분기 윤활기유 부문 영업이익이 181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8.6%에 달했다. 정유 부문 영업이익률(15.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윤활기유 부문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마냥 낙관하진 않는다. 윤활기유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