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과 쿠팡 네이버 SSG닷컴 등 온라인쇼핑몰의 수수료와 정산기간, 입점업체 정보 제공 수준을 평가해 공개하는 '플랫폼 상생 성적표'가 이르면 연내 도입된다. 수수료 상한을 정하거나 위반 사업자를 처벌하는 직접 규제 대신 평가 결과를 시장에 공개해 플랫폼의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과 함께 투트랙으로 플랫폼 정책이 진행될 예정이다.
與 이번주 발의, 연내 개정3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상생협력법 적용 대상에 온라인플랫폼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기부가 뼈대를 마련하고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 주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기존 상생협력법 개정안과 병합해 이르면 이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당정은 연내 개정을 목표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온라인플랫폼 분야에 동반성장평가를 도입하는 것이다. 중기부는 플랫폼별 수수료와 정산기한을 조사해 공개하고 정산기간 단축, 입점업체 데이터 제공, 거래조건 공개 등 상생 실적을 평가할 계획이다. 수수료와 판매액 배분 현황, 광고·상품 노출 알고리즘의 공개 여부도 평가 항목에 넣는다.
법이 시행되면 음식점주는 배달앱별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판매대금이 입금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비교할 수 있다. 온라인 판매자도 쿠팡이나 네이버 등 각 플랫폼이 매출과 주문·정산 내역, 고객 리뷰 등 영업에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제공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입점업체들은 플랫폼이 수수료 체계나 상품 노출 기준을 바꿔도 변경 이유를 알기 어렵고 다른 플랫폼과 거래조건을 비교하기도 힘들다고 호소해왔다. 고객 리뷰와 주문 정보 등 영업 데이터도 플랫폼에 집중돼 수수료나 정산 조건을 놓고 협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기부가 배달앱 입점업체를 조사한 결과 동반성장 체감도는 평균 49.1점으로 동반성장지수 참여 대기업 평균인 73.47점보다 24점가량 낮았다. 업체별로는 요기요 49.5점, 쿠팡이츠 49.4점, 배달의민족 48.4점이었다. 중개수수료와 배달비에 만족한다는 응답도 28.3%에 그쳤다.
중기부안은 수수료율을 직접 제한하기보다 플랫폼별 거래조건과 상생 수준을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입점업체가 조건이 나은 플랫폼을 고를 수 있도록 해 수수료 인하와 정산기간 단축 경쟁을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플랫폼과 입점업체가 수수료와 정산, 정보 제공 문제를 논의하는 업종별 상생협의체도 법제화한다. 중소 플랫폼의 데이터 공유 시스템 구축과 입점 소상공인의 디지털 활용 교육을 지원할 근거도 마련한다.
온플법 공회전 속 '상생평가' 먼저 가나이번 입법은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대·중소기업 상생전략의 후속 조치다.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협상력을 높이는 게 목표다.
공정위가 민주당을 통해 추진해온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미국의 통상 압박에 막혀 국회에서 장기간 공전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20여 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심사 없이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고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도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미국은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구글과 애플 등 자국 빅테크를 차별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공정위가 내외국 기업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지만 통상 부담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기부안은 직접적인 규제나 제재보다 평가와 정보 공개에 무게를 둔 만큼 상대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기 수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플랫폼 관련 입법 공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와 중기부는 두 법안의 규율 대상과 소관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 협의를 거쳐 역할을 정리했다. 정부 관계자는 "플랫폼 관련 법안이 두 개가 되면 규제 주무부처도 이원화될 수 있어 중복되는 내용을 빼는 협의를 진행했다"며 "불공정거래 규제는 공정위가 맡고 중기부는 보다 폭넓고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상생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은/이광식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