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들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감격을 전했다.
김 의원은 이달 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묘역을 찾아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영전에 올렸다"며 "노무현 대통령님 '야~ 기분좋다~!'라고 하고 계시지요?"라고 썼다.
김 의원이 공개한 사진에는 노 전 대통령의 묘역 옆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담긴 서류봉투가 놓여 있고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적힌 조화도 있다.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 동상 옆에 나란히 앉아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용민 글에 댓글남긴 부산돌려차기 피해자'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는 김 의원 게시물에 "지옥에나 가세요"라고 짤막한 입장을 남겼다. 그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포함된 피해자 권리 보장 장치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 씨는 지난 31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나타나도, 반대한다는 전문가들이 있어도, 경찰들도 반대해도 강행하는 것을 보고 그들이 믿는 신념이 있구나 생각했다"며 "경찰한테 피해를 본 분들도 경찰이나 검찰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은 진짜 과연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들며 "검찰과 경찰이 수사하는 장면을 둘 다 봤다"며 "가해자가 말했을 때 경찰은 그냥 곧이곧대로 넘어가고, 검찰은 수십 차례 계속 질문했다. '그땐 그럼 왜 그랬는데요? 근데 기억이 안 난다면서 왜 그건 기억이 나요?' 이런 식으로 계속 되물었다"고 했다.
이어 "그것만 봐도 수사관의 집념이나 정성도에 따라 사건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저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2심에서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수사가 이뤄졌고, 바지 안쪽에서 가해자 DNA가 나왔다. 경찰은 찾지 않았고 검찰은 찾아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포함된 피해자 권리 보장 장치는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하기 어렵다고 봤다. 개정안에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과 피해자, 고발인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사건 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그는 "개정안의 피해자 권리 보장 장치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며 "피해자는 그 순간에는 PTSD가 상당해 혼란스럽다. 똑같은 얘기를 해도 잘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 그런데 개정안이 이렇게 복잡하면 피해자가 제정신으로 견디지 않는 한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피해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당시 제 상황이었다면 절대 못 뒤집었을 것"이라며 "이제 진짜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 2022년 부산에서 한 남성이 귀가하던 여성을 따라가 돌려차기로 뒷머리를 가격해 쓰러뜨린 뒤 발로 밟아 의식을 잃게 하고, 폐쇄회로TV(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폭력을 시도하다가 도주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는 최초 살인미수죄로만 기소됐다. 항소심 단계에서 검찰의 보완 수사를 통해 피해자의 청바지 안쪽에서 가해자의 DNA를 추가로 확보했다. 보완 수사로, 가해자의 성폭력 시도와 관련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가해자의 죄명을 강간살인미수죄로 변경했고 가해자에게는 징역 2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료한 뒤 재석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표결에 나선 의원 중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기권표를 행사했다.
노 전 대통령 사위기도 한 곽 의원은 지난달 23일 형소법 개정 방향에 관한 토론회에서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향해 "(검찰 직접 수사권 완전 폐지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을 말했지만, 제도를 만드는 일은 개인적 원한을 푸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데 대해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매불쇼에 출연해 "법사위 끝나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거 김용민법이니 잘못되면 당신이 책임져랴'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며 "책임질 테니 정부는 잘 돌아가게 만드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