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학생 가면 쓴 '스파이'…대학 연구실이 위험하다

입력 2026-08-02 17:46
수정 2026-08-03 10:22
한 국립대는 최근 정보보안업체에 연구 데이터 삭제·훼손에 대비한 관리 시스템 구축을 의뢰했다. 이 대학 공대 소속이던 중동계 유학생이 돌연 귀국하면서 연구실 컴퓨터에 저장된 연구 데이터를 삭제한 정황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이 학생이 빼돌린 연구 성과를 본국에서 기업 등에 팔아넘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대학 연구실이 기술 해외 유출의 통로가 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귀국하면서 연구 데이터를 반출하거나 해외 기업이 대학을 거점으로 기술을 빼돌리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2일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은 135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대학·연구소에서 유출된 사례가 13건(9.6%)이다. 중국 배터리업체 에스볼트는 2021년 고려대 산학관에 위장 연구소를 마련했다. 이후 삼성SDI와 SK온의 전현직 임직원을 포섭해 국가핵심기술을 빼내다가 적발돼 지난해 검찰에 기소됐다.

대학 연구보안 체계가 외국인 유학생 증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국내 공학계열 외국인 석·박사 과정생은 7258명으로, 2021년(6149명)보다 18% 증가했다. 홍준호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는 “외국인 연구원 퇴직 시 자료 회수 등 연구 전 주기에 걸친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영총/진영기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