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피 속 '이익 체력' 확인…"삼전닉스 3분기 194조 번다"

입력 2026-08-02 17:46
수정 2026-08-03 08:34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10곳 중 4곳이 시장 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연일 급등락하는 극단적인 변동성 장세가 펼쳐지는 가운데 상장사들의 ‘이익 체력’은 탄탄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이란 전쟁, 반도체 고점 논란 등 시장의 공포를 부추기는 외적 변수들이 가라앉으면 이번 실적 시즌이 하반기 반등의 강력한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중 증권사 추정치가 존재하는 76개 기업의 합산 2분기 영업이익은 183조1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컨센서스 180조5750억원을 1.43%가량 웃돌았다. 이들 76개 기업 중 41곳은 실제 실적이 컨센서스를 넘어섰고, 38곳은 10% 이상 초과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삼성전자는 컨센서스를 4조6557억원 웃도는 서프라이즈를 낸 데 비해 SK하이닉스는 시장 기대치를 4조1515억원 밑돌았다. LG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5211억원 초과 달성했으며 삼성SDI(2311억원) 한화오션(2026억원) 키움증권(1327억원) 등도 시장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자, 배터리, 조선, 증권 등 다방면의 주력 업종에서 서프라이즈가 터져 나오며 한국 증시의 저변이 한층 넓어졌음을 보여줬다.

호실적 릴레이는 올해 3분기 실적 기대도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3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 총합은 257조8000억원으로, 2분기에 이어 또 한번의 ‘역대급 분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치는 한 달 전(249조3855억원) 대비 3.40%, 석 달 전과 비교하면 무려 18.17% 급증한 수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대내적으로는 기업의 이익 펀더멘털 지표가, 대외적으로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진정이 시장 반등의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어닝서프라이즈 쏟아진 2분기…반등 기대감 확산
반도체 투톱, 장기계약 대폭 늘려…이익 변동성 줄여 '고점 우려' 불식“현재 이익 전망이 41% 하향되더라도 한국은 역사적 평균보다 매력적이다.”

지난달 코스피지수 6500이 붕괴될 당시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가 역대급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탄탄한 실적과 전망에도 메모리 고점 공포에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7월 마지막 거래일에 코스피지수가 17% 치솟자 여의도 증권가에선 외면받던 기업들의 이익 창출력이 재평가되며 시장이 반등하는 ‘8월 랠리’를 향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숫자 넘어 수익모델 봐야”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 시즌에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89조49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84조8367억원)를 5.5%(4조6557억원) 웃돌았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단가(ASP) 급등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 확대, 파운드리 업황 개선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면 SK하이닉스는 60조54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높아진 시장 기대치(64조6941억원)를 6.4%(4조1515억원) 밑돌아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업황 훼손이 아니라 장기공급계약(LTA) 비중 상승에 따른 가격 반영 시차와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으로 인한 일시적 괴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실적 시즌을 통해 확인된 반도체주의 수익 구조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자인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 시즌을 통해 LTA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이는 과거에 비해 이익 변동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은 높였다는 것으로, 이런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프리미엄이 부여되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은 실적 시즌 전후로 반도체 투톱의 이익 전망을 빠르게 높여 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일 기준 113조6235억원으로, 최근 1개월 새 5.34%, 3개월 새 29.89% 상향됐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80조5789억원으로 1개월 전 대비 1.64%, 3개월 전 대비 14.56% 높아졌다. 두 회사의 합산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94조2024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외 업종도 선방2분기 실적 시즌의 또 다른 성과는 반도체 외 업종의 달라진 기초체력을 확인한 점이다. K화장품이 북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각각 컨센서스를 36.8%, 19.3% 넘어섰다. 조선 업종도 슈퍼사이클 속에 기록적인 수주잔액과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한화오션이 2분기 영업이익 7361억원으로 컨센서스를 38.0% 웃돌았고, HD한국조선해양도 전망치를 11.2% 넘어섰다.

비반도체 업종의 이익 전망도 순차적으로 상향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상장사의 3분기 이익 전망은 석 달 전 60조4021억원에서 한 달 전 62조2371억원, 이날 기준 63조6776억원으로 올라갔다.

이란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비용 부담이 큰 일부 업종에선 어닝 쇼크가 쏟아졌다. 넥센타이어는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26.3% 낮은 343억원으로 나타났다. 방산업종에선 현대로템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수출 계약 종료에 따른 일시적 수익성 하락, 주력 상품의 납품 지연 등으로 컨센서스를 각각 14.1%, 45.6% 밑돌았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 매출이 4년여 만에 최대치 증가하면서 시장은 인공지능(AI) 과잉투자 우려에서 벗어나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보는 정상화 국면으로 진입했다”며 “높은 변동성이 이어지겠지만 지수는 호실적과 AI 수요를 토대로 저점을 높이며 전고점에 다가서는 작업을 반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