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 움직임이 패션과 가전 등 생활물가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이달부터 햇반과 라면, 음료뿐 아니라 슬랙스와 재킷, TV와 냉장고 가격도 오른다. 고환율과 고유가, 원부자재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해온 기업이 한계에 도달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사진)는 오는 4일부터 전체 상품의 5.8%인 220종의 판매 가격을 인상한다. ‘테이퍼드 히든 밴딩 크롭 슬랙스’는 3만9900원에서 4만9900원으로 25.1%, ‘베이식 블레이저’는 8만9900원에서 9만9900원으로 11.1% 오른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뉴발란스도 지난 23일 이후 입고되거나 새로 출시된 일부 신발 가격을 조정했다. 스테디셀러인 993 모델은 27만9000원에서 28만9000원으로 올랐다. 990v4와 알러데일, 엘립스, 레벨v5 등도 인상 대상에 포함됐다.
무신사 스탠다드와 같이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워온 브랜드까지 가격 조정에 나선 것은 환율과 원부자재 부담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패션업체는 원단과 부자재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한다. 제품 생산도 대부분 해외에서 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단과 지퍼, 단추 가격뿐 아니라 해외 공장에서 국내 물류센터까지 제품을 운송하는 비용도 함께 오른다.
하반기에는 의류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합성섬유와 의류 포장재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9일 국제 나프타 가격은 배럴당 95.75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약 41% 치솟았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은 시차를 두고 의류 생산 원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합성섬유 사용 비중이 높은 기능성 외투와 보온 의류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가을·겨울(FW) 시즌 소비자의 체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일본에서 FW 상품 가격을 약 4% 올릴 가능성을 열어놨다.
식품 가격 인상은 이미 도미노처럼 확산했다. 코카콜라 등 음료와 농심 라면, CJ제일제당의 햇반과 만두 등의 가격을 잇달아 올렸다. 가전업계에서는 TCL코리아가 이달부터 TV 전 제품과 일부 냉장고·세탁기 출고가를 약 5% 인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먹거리뿐 아니라 의류와 가전 가격까지 오르며 의식주 전반의 체감 물가가 높아지고 있다. 세율 인하와 할당관세 등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물가 안정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