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통화당국이 30여 년 만에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 청산'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엔화 강세 전환으로 저금리 엔화 자금의 회수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위험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과 31일 미국과 일본 당국의 연쇄 개입 추정 여파로 달러·엔 환율은 장중 163~164엔대에서 157엔대까지 급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미 재무부를 대신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사들였다며 양국 당국이 약 30년 만에 공동 개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시장의 시선이 3일 추가 개입 여부와 달러당 155엔 선 방어에 쏠려 있다고 전했다.
시장의 관심은 급격한 엔화 강세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차입 비용과 환차손 부담이 늘어난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해외 주식을 매도하면 단기적인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2024년 8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직후 엔 캐리 청산이 촉발되며 코스피가 8.77% 급락했던 '검은 월요일' 사태의 재연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축적해 놓은 엔화 약세 베팅 물량도 부담 요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헤지펀드들의 엔화 약세 베팅 계약은 12만4575건(약 95억달러 규모)으로, 2007년 이후 최대치였던 지난 6월 고점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해당 자금 중 상당수가 글로벌 기술주와 인공지능(AI) 관련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와 포렉스닷컴 등 주요 외신 분석가들은 엔화 강세 전환 시 차익 실현을 위한 고평가 기술주 매도가 가장 먼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일 공조 개입 소식이 전해진 직후 뉴욕증시에서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5.9% 하락하고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3.54% 떨어지는 등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였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