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메가프로젝트 특별구역의 노동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은 주목할 만한 진전이다. 메가특구에서 풀 수 있는 노동규제라면 특구 밖을 묶어둘 이유도 없다.
정부가 국회에 특별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보고한 내용을 보면 기업의 발목을 잡아온 획일적 노동규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소득 상위 3%의 연구원·관리자에게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이 대표적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은 1개월에서 6개월로, 기간제 사용 기간은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방향은 옳다. 역대 경제특구가 세제와 입지·재정 지원에 머무른 것과 달리 노동 유연화까지 포함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선택근로 정산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면 신제품 개발기에 16주 연속 주 80시간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국가첨단전략기술 기업의 절반(50.6%)이 메가특구에 가장 필요한 노동 특례로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유연화를 꼽았다.
문제는 이를 왜 특구에만 허용하느냐다. 글로벌 기술 전쟁에서 사활을 걸고 뛰는 기업과 인재가 메가특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대전 바이오클러스터의 연구자, 창원 국가산단의 방산업체와 용인 반도체 엔지니어는 왜 같은 제도를 적용받지 못해야 하나.
특구에 노동규제 특례가 필요하다는 정부 판단은 규제 완화의 당위성을 인정한 것이다. 국회도 특정 지역에만 특례를 허용하는 미봉책에 그쳐선 안 된다. 여야는 지난 1월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면서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는 끝내 제외했다. 고소득 전문직과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선택근로제, 기간제·파견 제도를 산업과 직무 특성에 맞게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당사자 동의, 충분한 보상, 건강권 보호 등 보완 장치를 함께 마련한다면 노동계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국가 경쟁력에 필요한 제도라면 특구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 메가특구만 예외 지역으로 남겨두면 기업 차별과 제도 왜곡을 낳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