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지급 방식과 적자일 경우 임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사측은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적자가 나면 임금을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지난해 합의한 성과급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면서 수정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31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는 이날 공개한 임금·단체협약 4차 본교섭 회의록을 통해 이 같은 입장 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는 전날 교섭에서도 핵심 쟁점을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사측은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한 뒤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유지했다. 노조는 회사가 제안한 주식 지급분이 전체 성과급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적자가 발생할 때 임직원 임금을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측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변동성을 고려해 임금체계를 지속 가능한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회사와 노조, 구성원이 함께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슬기롭게 헤쳐가고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며 "지속 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동조합의 이해와 결단을 요청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조는 성과급의 주식 지급, 적자일 경우 임금 조정 등의 방안 일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적자를 이유로 임금을 조정하는 것은 노조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성과급 체계는 지난해 노사가 어렵게 마련한 합의를 계기로 정비됐다. 양측은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삼고 기존 상한을 없애기로 했다. 이 제도를 10년간 유지하는 데도 합의했다.
PS 지급액의 80%는 해당 연도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 '억대 성과급'이 지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교섭에서 사측이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새롭게 꺼내면서 합의한 지 1년 만에 지급 방식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노조는 앞선 3차 본교섭에서도 "회사의 성과급 안은 지난해 어렵게 마련한 합의의 취지와 기본 방향을 훼손하는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상황이라는 점도 노조 반발을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는 업황에 따라 실적 등락 폭이 큰 산업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이 이어졌던 2023년 연간 7조7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노조는 다음 교섭까지 회사가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단체행동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했다. 5차 본교섭은 다음 달 4일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에서 열린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