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국부펀드 내년 출범…AI·방산·우주 '이어달리기' 투자

입력 2026-08-01 05:56

정부가 내년부터 한국판 국부펀드를 본격 가동한다. 기존 정책펀드가 일정 기간 기업을 육성한 뒤 청산하면 지분을 넘겨받아 후속 투자하는 '이어달리기' 투자 방식으로 기업 지원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한국판 전략형 국부펀드 도입 방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최근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쏠리고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국내 투자로 유도하고 장기 투자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국부펀드와 연기금 등이 공동투자 파트너를 지속적으로 문의하고 있는 만큼 이를 실제 국내 투자로 연결할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투자 대상과 범위는 기존 정책펀드보다 한층 넓어졌다. AI와 로봇·반도체·방산·바이오·원전·우주항공·양자·소재·부품·장비 등 전략산업은 물론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클러스터 등 기반시설, 은행·보험 등 금융산업까지 포함된다.

국내 산업의 공급망을 보완할 수 있는 해외 핵심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다. 정부는 해외 공급망 기업의 지분을 확보해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 전략기업의 해외 진출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초기 자본금은 20조원 이상 규모로 조성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부 보유 공공기관 주식 16조원 이상과 상속·증여세 물납주식 약 4조원이 재원으로 투입된다.

정부는 국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기부금도 재원에 포함할 계획이다. 기부자에게는 명예의 전당 헌액이나 출입국 우대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정책펀드와의 연계도 강화한다. 모태펀드와 국민성장펀드 등이 청산 단계에 들어가면 투자 기업 가운데 성장성이 높은 기업의 지분을 넘겨받아 장기 보유하는 이른바 '이어달리기 투자' 방식을 도입한다. 통상 4~8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기존 정책펀드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해 유망 기업에 대한 성장 자금 공급을 끊김 없이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운용 수익은 재투자와 정부 배당, 국고 환수에만 활용하도록 하고, 발생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특례 적용을 추진한다.

국부펀드는 민간 자금과 매칭해 수익을 나누는 기존 정책펀드와 달리 정부가 투자 지분 100%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해외 국부펀드와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공동 투자를 이끌어내는 앵커 투자자 역할도 수행한다.

정부는 별도기관을 신설하지 않고 한국투자공사(KIC)에 전략산업 투자를 전담하는 ‘전략투자계정’을 설치한다. 기존 외환보유액 운용계정과는 자금과 투자 의사결정 체계를 분리해 별도로 운용한다. 전략산업 등 큰 방향은 정부가 설정하고, 개별 기업 투자 결정은 KIC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내릴 방침이다. 운영위원회에는 전략산업 분야 민간위원 3명이 새롭게 참여한다.

정부는 8월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한 뒤 내년부터 전략형 국부펀드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