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곳에 필요한 주택을 공급해야 집값이 잡힙니다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2026-08-06 06:30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상승폭은 다소 줄었지만, 대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중랑구와 노원구 등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3구와 용산은 세제 개편을 앞두고 관망세가 강해지면서 상승폭이 줄었습니다.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동탄도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주택시장은 안정된 것일까요.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지역별로 수요가 완전히 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는 실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반대로 부산, 세종, 충남, 경북, 제주 등 일부 지방은 하락하거나 보합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역경제가 약하고 인구 감소 우려가 큰 곳에서는 새 아파트도 쉽게 팔리지 않습니다.

결국 주택시장의 핵심은 공급량이 아닙니다. 어디에 공급하느냐입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해야 주거안정 효과가 나타납니다. 수요가 없는 곳에 아무리 많은 집을 지어도 미분양만 늘어납니다.

최근 주택통계를 보면 이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464가구로 전월보다 3.4% 증가한 수치입니다. 수도권 미분양도 1만8770가구로 0.9% 늘었고, 지방은 4만8694가구로 4.4% 증가했습니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은 전국 2만9786가구로 전달보다 1.5% 증가했습니다. 대구, 부산, 경남, 경북, 충남 등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강원은 1623가구로 27.3% 늘어났습니다.

공급은 됐지만 살 사람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수요가 약한 지역에서는 새 집도 미분양이 됩니다. 반대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매물이 부족해 실수요자가 매매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구리, 동탄, 강북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매수세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전세를 구하기 어렵고 전셋값이 오르면 실수요자는 결국 집을 사는 선택을 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공급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6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만7917가구로 전년 동월보다 36.1% 감소했습니다. 수도권은 1만181가구로 26.2% 줄었고, 비수도권은 7736가구로 45.6% 감소했습니다. 소비자 선호가 큰 아파트 인허가도 전국 1만5706가구로 37.9% 줄었습니다. 비아파트 인허가는 2211가구에 그쳤습니다.

서울은 더 심각합니다.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979가구로 전월보다 81.5%, 전년 동월보다 68.7% 감소했습니다. 착공 물량도 줄고 있습니다. 3~4년 뒤 입주 물량으로 이어질 착공이 줄어들면 지금의 공급 부족은 시간이 지나 더 큰 가격 불안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물론 분양은 늘었습니다. 전국 분양은 2만2838가구로 전년보다 52.4% 증가했고, 수도권도 1만3136가구로 48.7% 늘어났습니다. 서울도 2396가구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분양이 증가했다고 공급 불안이 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입주까지 이어지는 준공 물량이 중요합니다. 수도권 준공은 1만532가구로 전년보다 52.4% 줄었고, 서울도 2049가구로 77.7% 감소했습니다. 특히 서울 아파트 준공은 1561가구로 82.1% 급감했습니다.

이 수치들이 말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실수요자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살고 싶어 합니다. 일자리, 교통, 학군, 생활 인프라가 있는 곳입니다. 반대로 수요가 약한 지방은 미분양을 걱정해야 합니다. 주택 공급정책도 이 차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정부가 준공업지역을 활용해 서울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향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문래동, 양평동처럼 입지는 좋지만 오랫동안 개발이 더뎠던 지역은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서울시와의 협력 없이는 어렵습니다. 준공업지역은 산업 기능, 주거 기능, 교통, 기반시설을 함께 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강남3구와 한강벨트는 다른 문제입니다. 이 지역은 앞으로도 수요가 강할 가능성이 큽니다.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성이 나오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높은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요가 있고, 전세 수요도 탄탄합니다. 강남이 오랫동안 강한 이유는 단순한 입지 때문만이 아닙니다. 8학군과 학원가라는 교육 수요가 같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에 전세 수요가 계속 존재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목동과 노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군 수요가 있는 지역은 주거 수요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결국 정부는 지역별로 어떤 수요가 있는지 먼저 봐야 합니다. 학군·직주근접·전세 대체 매수 수요·고령층 주거 수요·청년 월세 수요 등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야 필요한 주택을 필요한 곳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을 하면 해결된다”거나 “비아파트를 많이 공급하면 전세난이 잡힌다”는 식의 접근은 부족합니다. 서울 안에서도 25개 자치구별 수요가 다릅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 목동, 노원, 성동, 마포, 중랑, 구로의 수요는 다릅니다. 같은 비아파트라도 대학가에는 공유주거가 맞고, 역세권에는 소형 임대주택이 맞고, 산업지 주변에는 직장인 주거가 적절합니다.

민간 사업자는 이미 이 차이를 보고 움직입니다. 매주 발표되는 집값 상승 지역, 인허가 감소 지역, 착공 지연 지역을 분석한 뒤 결정합니다. 미분양 가능성이 크면 공급하지 않습니다.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토지비와 금융비용까지 감안하면 한 번 잘못 들어간 사업이 회사의 현금흐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제를 조금 풀어준다고 바로 공급되는 것이 아닙니다. 중소 시행사와 건설사는 대형 건설사보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을 버티기 힘듭니다. 금융 조달도 쉽지 않습니다. 사업성이 보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소규모 정비사업도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어려운 노후 아파트와 빌라는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고쳐 써야 합니다. 하지만 면적, 층수, 연면적, 주차장, 기부채납 등 규제가 여전히 많습니다. 도심복합사업과 역세권 사업도 조건이 복잡해 실제 착공까지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 적지 않습니다.

이제 공급정책은 ‘많이 짓겠다’에서 ‘어디에 무엇을 짓겠다’로 바뀌어야 합니다. 서울 안에서도 자치구별 수요를 따로 봐야 합니다. 수도권도 직주근접 수요가 있는 곳과 단순 베드타운 수요가 있는 곳을 구분해야 합니다. 지방도 산업 프로젝트가 실제 일자리로 이어질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나눠야 합니다.

주거 안정은 공급 숫자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집이 공급될 때 이뤄집니다.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하면 미분양이 되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하지 않으면 집값과 전셋값이 오릅니다. 정부가 외쳐야 할 것은 단순한 공급 확대가 아닙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주택을 공급하는 정밀한 공급정책을 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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