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또 '돈방석' 예약…美 ADR 상장엔 선 그었다 [종합]

입력 2026-07-30 13:27
수정 2026-07-30 13:42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메모리 생산능력의 최대 70%를 장기공급계약으로 묶는 방안을 추진하고 미국 테일러 2공장 착공에도 나선다. 고대역폭메모리(HBM)·서버용 D램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2나노 이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스마트폰·TV·가전 등 완제품 사업은 부품 원가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AI·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 사업을 앞세워 수익성을 방어한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선을 그었다.메모리 장기계약 확대…"2028년까지 공급 부족"삼성전자는 30일 올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에이전틱 AI의 확산 가속화와 함께 토큰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AI 서버뿐만 아니라 일반 컴퓨팅 서버 수요도 전례 없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신규 팹 건설부터 웨이퍼 생산까지 3년 반 넘게 걸리는 만큼 2028년 안에 큰 폭의 공급 확대가 어렵다고 예상했다. 내년 공급 부족이 올해보다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

메모리 수급에 관한 질문엔 "메모리 전체 생산능력(CAPA)의 60~70% 수준에서 장기공급계약(LTA)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5대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사와 계약을 마쳤고 AI 수요와 연관된 5개 대형 고객사와도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란 설명이다. 이 같은 확정 수요를 발판 삼아 투자를 탄력적으로 집행해 과거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업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HBM4 공급도 본격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HBM4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올 하반기 기준으로는 HBM4 매출이 당사 HBM 전체 매출의 60%를 넉넉히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반기엔 전체 D램 시장점유율과 비슷한 수준의 HBM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시스템LSI는 차세대 플래그십 SoC의 안정적 판매를 추진하고 커스텀 SoC 분야의 신규 기회를 발굴한다. 이미지센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응용처를 넓히면서 고사양 디스플레이구동칩(DDI)·전력관리반도체 사업도 키운다.

파운드리는 대형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와 AI·고성능컴퓨팅(HPC) 고객의 2나노 과제를 확보했다. 올해 2나노 수주 과제 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증설 계획에 관해선 "현재 선단 CAPA 증설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테일러 팹2를 2030년 양산 목표로 올해 말 공사 착수를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테일러 팹1은 올해 가동 준비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이후 2나노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1.4나노 고객 문의 증가에 따라 추가 팹 확보도 검토한다.

2분기 시설투자는 16조8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5조5000억원 늘었다.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15조4000억원, 디스플레이에 7000억원을 집행했다. 메모리는 평택 신규 인프라 투자를 확대했고 파운드리는 테일러 팹 적기 가동을 위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부터 8.6세대 IT OLED 신규 라인을 가동해 IT 시장의 OLED 채용 확대와 매출 성장을 추진한다.스마트폰·TV, AI와 서비스로 돌파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하더라도 AI 기능 확산·폼팩터 혁신에 힘입어 프리미엄 수요가 유지된다고 봤다. 매출·평균판매가격(ASP)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맞춰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 갤럭시S26 시리즈 등 플래그십 판매를 늘리고 핵심 AI 경험을 갤럭시A 시리즈로도 확대한다.

연내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를 출시해 새로운 AI 폼팩터 경험도 제시한다. 네트워크사업은 신규 수주 확보와 원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에 관해선 "TV 세트 시장은 정체된 반면에 CTV 광고 서비스 시장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비전 AI 기반 경험과 삼성 TV 플러스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광고 사업과 운영체제(OS) 라이선싱을 확대해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생활가전은 AI 혁신제품·고수익 채널을 확대한다. 하만은 최근 2건의 인수를 통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프리미엄 오디오 사업을 강화했다. 삼성전자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차량 내 IT·AI 경험을 도입하고 자율주행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ADR 상장 가능성을 묻는 말엔 "현재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확보하고 있어 신규 자금 조달 목적의 ADR 필요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ADR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삼성전자는 이날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DS부문은 매출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DX부문은 매출 48조원, 영업손실 8000억원을 나타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